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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뼈아픈 2019 …기억하고 극복하라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9.12.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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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글을 쓰기 앞서 2019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벌어진 일들을 생각나는 대로 끄적여봤다.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인보사 사태다. 핵심 재료가 뒤바뀐 사실이 십수 년 만에 드러난 사건이다. 국내 품목허가가 취소되고 검찰 고발이 이어졌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3상도 중단됐다.

다음은 신라젠 간암 치료제 임상 3상 실패다. 한때 시가총액 10조원을 찍었던 회사이며 주가를 지탱했던 임상이다. 대조약 대비 유의미한 데이터를 도출하는 데 실패하면서 임상이 허무하게 좌절됐다.



무지하게 바쁜 한 해였다고 생각했는데 떠오른 게 겨우 이 두 개라니. 그래서 1월부터 작성한 기사부터 훑어봤다. 유한양행이 지방간 치료제를 8800억원에 기술수출한 게 연초에 있었다. 5월에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30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해 화이자를 따라잡겠다는 통 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11월이 되자 SK바이오팜이 한국 제약 역사상 최초로 자체 개발한 신약을 FDA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같은 달 셀트리온은 인플릭시맙 계열 세계 최초로 피하주사형 램시마SC를 유럽에서 허가받았다. 무엇 하나 몇 년에 한 번, 어쩌면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이 바닥에서 중대한 뉴스였다.

부정적 기억이, 무엇보다 먼저, 자꾸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자가 심리치유'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뉴런들에서 기억을 끄집어낼 때 뉴런과 뉴런 사이 시냅스가 풀리는 데 이때 시냅스 재배열의 기회가 생긴다는 뇌 과학 이론이다. 재배열 기회를 잘 이용하면 아픈 과거에서 벗어나 발전적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반면 쓰린 기억 속을 헤매는 패턴을 반복하면 자기 파괴적 삶을 살 수밖에 없다.

130여년 전 프로이트가 환자의 무의식을 적나라하게 끄집어내려 했던 건 과거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극복하도록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때 심리치료가 현대과학을 통해 증명된 셈이다.

이 이론을 2019년 제약·바이오 산업, 더 아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한 여러 쓰린 기억에 적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잘못을 지적하고, 때리고, 할퀴는 데만 함몰된다면 시냅스가 준 기회를 져버리는 행동일 것이다.


약이 잘못된 것도, 임상에 실패한 것도 뼈아픈 지난날이지만 동시에 우리를 한 단계 키울 자양분이기도 하다. 이제 2020년, 뜨거우면서도 냉정한 한 발을 힘있게 내딛자.

[우보세] 뼈아픈 2019 …기억하고 극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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