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닫히지 않은 '버닝썬 게이트'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12.31 06:30
글자크기

[2019이슈+]⑨ 버닝썬 게이트

버닝썬 입구/사진=김창현 기자 chmt@버닝썬 입구/사진=김창현 기자 chmt@


새해 벽두부터 터진 '버닝썬 게이트'는 올 한해를 뒤흔들었다. 시작은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단순 폭행 시비였지만, 그 속엔 마약·불법촬영·성매매·경찰 유착·탈세 등 온갖 범죄가 엉켜있었다.

'버닝썬 게이트'의 시작, 2018년 11월24일 폭행 사건
버닝썬 게이트의 발단은 지난해 11월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버닝썬 폭행 피해자 김상교씨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날 클럽 '버닝썬'을 찾은 그는 당시 한 직원이 여성을 끌고 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김씨는 이 여성을 보호하려다가 클럽 이사 장모씨와 보안요원 등에게 폭행을 당했다.



폭행당한 김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역삼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갑을 장씨가 아닌 김씨에게 채웠다. 김씨는 지구대로 연행된 뒤 경찰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버닝썬 게이트'를 촉발시킨 폭행 피해자 김상교씨. / 사진=김창현 기자 chmt@'버닝썬 게이트'를 촉발시킨 폭행 피해자 김상교씨.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버닝썬 폭행 피해 사실을 주장했다. 이어 지난 1월29일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청원 글을 올렸다. 그는 '경사 ***, 경장 *** 외 ***에서 뇌물받는지 조사부탁드립니다'라는 청원 글을 통해 클럽 버닝썬과 경찰간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구타에 의해 골절이 되고 멍과 출혈이 있는 상태로 밤새 조사를 했지만 저는 가해자가 돼 있었다"라며 "가장 중요한 증거인 CCTV열람신청을 하였으나 경찰에서는 정당화된 사유를 말하지 않고 비공개로 막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으로 어두운 유흥계와 공권력의 탄압을 이겨내려면 언론과 여론의 힘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경찰 유착·물뽕·마약…폭행 사건으로 밝혀지는 버닝썬의 '민낯'
김씨의 폭로로 단순 폭행 사건은 경찰과 클럽의 유착 의혹으로 번지게 됐다. 더 나아가 버닝썬 안에서 각종 마약을 비롯해 속칭 '물뽕'(GHB)이 공공연히 유통돼 왔으며 이를 악용한 성폭력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경찰은 버닝썬 마약 의혹 관련 수사를 벌였고, 이문호 버닝썬 공동대표는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중국인 MD 바모씨(일명 '애나')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클럽 내 '물뽕 성폭행'은 의혹만 무성했을 뿐 지금까지 밝혀진 실체는 없다.


'범죄의 온상' 승리 단톡방
승리/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승리/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버닝썬 게이트는 중심엔 가수 승리가 있었다. 버닝썬 사내이사로 재직했던 승리가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 전 클럽 아레나 직원 김모씨 등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나눈 메시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버닝썬 관련 의혹은 대형 게이트 양상으로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다.



먼저 '승리 단톡방'을 통해 버닝썬과 경찰 유착 의혹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화 내용 중 '경찰총장'(경찰청장의 오기)이 뒤를 봐줬다는 언급이 나온 것. 이들이 언급한 '경찰총장'은 경찰청장이 아닌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윤모 총경이었다.

윤 총경은 유 전 대표에게 골프, 식사 접대 등을 받고 그의 사업과 관련된 사건을 알아봐 줬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윤 총경은 승리와 유 전 대표가 함께 세운 라운지바 '몽키뮤지엄'의 2016년 7월 식품위생법 위반 단속 직후 유 전 대표의 부탁을 받아 강남경찰서 김모 경감에게 단속 관련 내용을 문의하고 이를 유 전 대표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리의 성 접대 의혹도 불거졌다. 지난 2월 단체 대화방에서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한 성 접대를 지시하는 내용이 공개되면서다. 승리와 유 전 대표는 2015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일본 기업의 한 회장을 맞아 "잘 대접하자"는 등의 내용을 주고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을 '선물'로 지칭하며 "선물을 보내겠다" "일본인들이랑 나가고 남은 여성들" 등 성 접대가 의심되는 대화가 오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승리는 2017년 12월 필리핀 팔라완에서 연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투자자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연예계로 튄 버닝썬 불똥
최종훈(왼쪽)과 양현석/사진=머니투데이DB최종훈(왼쪽)과 양현석/사진=머니투데이DB
버닝썬 게이트는 연예계도 덮쳤다. '경찰총장'이 언급된 승리 단톡방에는 가수 정준영, 최종훈 등 연예인들이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승리의 '투자자 성매매 알선 의혹'을 수사하던 중 정준영 등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서 불법 촬영물로 의심되는 동영상을 유포한 정황을 확인했다.(☞"강간했네ㅋㅋ" 대한민국 발칵 뒤집은 '정준영 단톡방')

가수 최종훈의 음주운전 무마 의혹도 승리 단톡방에서 비롯됐다. 경찰에 따르면 최종훈, 승리, 가수 정준영 등이 속한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는 유 전 대표가 최종훈의 음주운전 보도를 무마해줬다는 대화가 오갔다. 또 사건 송치 시점에서 최종훈이 경찰서 팀장으로부터 생일축하 메시지를 받았다는 대화도 있었다.



버닝썬 게이트 등의 여파로 승리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대표였던 양현석은 사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이후 동남아 재력가 성 접대 의혹, 해외 원정도박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같은 사건에 휘말리자 승리, 정준영, 최종훈 등은 잇따라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아직 닫히지 않은 '버닝썬 게이트'
정준영/사진=김창현 기자 chmt@정준영/사진=김창현 기자 chmt@
클럽 버닝썬은 문을 닫았지만, 버닝썬 게이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관련 사건 대부분은 아직 법의 심판이 진행 중이다.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인 승리는 지난 6월 검찰로 넘겨졌으나 현재까지 기소되지 않은 상태다. 승리가 받는 혐의는 성매매 알선, 성매매, 변호사비 업무상횡령, 버닝썬 자금 특경법상 업무상횡령, 증거인멸교사, 성폭력특별법(카메라등이용촬용)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몽키뮤지엄 무허가영업)으로 총 7개다.

유 전 대표도 성매매 알선,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승리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 총경은 수사 무마 대가로 코스닥 상장사 전 대표 A씨에게서 수천만원대 주식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윤 총경과 유 전 대표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인물이기도 하다. A씨 역시 현재 구속된 상태다.

버닝썬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버닝썬 이 대표에겐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단체 대화방에서 자신이 찍은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고 만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정준영과 집단 성폭행에 가담한 최종훈은 각각 징역 6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