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2019' 투자귀재 손정의 올해는 웃을까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20.01.1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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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투자귀재 손정의, 실패 보고서

편집자주 마이더스 손으로 불리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2019년은 참담한 한해였다. 우버, 위워크 등 그가 점찍은 기업들마다 가치가 고꾸라지면서다. 소프트뱅크의 3분기 실적은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을 정도다. 비전이 있으면 돈은 따라온다는 손정의의 자신감은 2020년에 여전히 유효할까.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실적발표회에서 발언 도중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사진=AFP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실적발표회에서 발언 도중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사진=AFP


2019년회계연도 2분기(7~9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7001억엔(약 7조418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손정의 회장이 1981년 9월 회사를 세운 이후 최악의 실적이었다.



지난해 11월6일 실적 발표를 위해 도쿄에서 기자간담회 무대에 오른 손 회장도 "마치 태풍이 분 것 같다. 너덜너덜해졌다"며 부진한 성적을 반성했다. 하지만 당시 손 회장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에는 웃음기가 감돌았다. 그는 "위축되지 않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투자부문 빼면 안정적 이익
소프트뱅크그룹은 투자 부문을 제외하면 여전히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 주요 사업은 이동통신과 인터넷 서비스로 이익을 매우 안정적으로 창출한다. 손 회장 자신감의 원천이다.



주요 계열사는 일본과 미국의 이동통신회사 소프트뱅크와 스프린트가 있다. 소프트뱅크그룹 지주회사가 최대주주인 Z홀딩스는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를 지배한다. 야후는 곧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합병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모바일 기기 유통회사 브라이트스타와 세계 최고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도 소프트뱅크그룹 산하다.

소프트뱅크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 지분도 30% 가까이 보유한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그룹 시가총액이 5820억달러(약 675조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분 가치가 적어도 190조원에 달한다. 7조원 정도의 손실은 우스운 것이다.

막대한 부채는 뇌관
연단에 붙어 있는 소프트뱅크그룹 로고. /사진=AFP연단에 붙어 있는 소프트뱅크그룹 로고. /사진=AFP
소프트뱅크그룹은 비전펀드와 델타펀드를 빼면 예년과 비슷한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3153억엔(약 24조5400억원), 2659억엔(2조8182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한국 최대 자동차회사 현대자동차 매출과 비슷하고, 영업이익은 7배나 많다. 다만 비전펀드와 델타펀드의 영업손실이 9702억엔(약 10조2830억원)이나 되면서 그룹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물론 소프트뱅크그룹이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이대로 투자 실패가 계속되면 최악의 경우 그룹이 해체될 가능성도 있다. 가장 큰 위험요소는 '부채'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소프트뱅크그룹 총부채는 28조2250억엔에 이른다. 지난해 3월 말보다 1조1378억엔 늘었다. 지금처럼 차입을 통해 투자를 계속 확대하는 전략을 고수하다가는 화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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