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실패'에도 손정의·소프트뱅크 韓스타트업 '큰손'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20.01.1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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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투자귀재 손정의, 실패 보고서

편집자주 마이더스 손으로 불리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2019년은 참담한 한해였다. 우버, 위워크 등 그가 점찍은 기업들마다 가치가 고꾸라지면서다. 소프트뱅크의 3분기 실적은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을 정도다. 비전이 있으면 돈은 따라온다는 손정의의 자신감은 여전히 유효할까.

'투자실패'에도 손정의·소프트뱅크 韓스타트업 '큰손'


우버, 위워크 등 투자 실패로 위기에 직면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업계에선 예외다. IT(정보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다방면 투자를 단행하면서 벤처투자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선제적 지분 확보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투자 수익을 창출하면서 창업자들이 선망하는 벤처투자사로 자리잡았다.



한국 스타트업 투자 주체는 소프트뱅크벤처스다. 2000년 설립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소프트뱅크의 한국 계열사인 소프트뱅크코리아의 완전 자회사로, 그룹 내 유일한 초기 스타트업 투자사다. 비전펀드의 쿠팡 투자를 제외한 국내 투자 사례 대부분이 소프트뱅크벤처스를 통해 이뤄졌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미래를 선도할 기술 기업에 투자하라'는 손 회장의 투자 철학을 충실히 실행했다. 넥슨, 선데이토즈, VCNC, 코빗, 헬로네이처 등이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대표적인 투자 사례다. 이들 기업은 상장과 매각을 통해 상당한 투자수익을 안겼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전자상거래, 모빌리티, 인공지능(AI), 온라인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유망 기업들에 투자를 지속해왔다. 2017년 28곳 859억원, 33곳 2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프레시지, 당근마켓, 클래스101, 의식주컴퍼니, 트레바리 등 국내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까지 투자한 기업은 250곳이 넘는다. 쏘카도 지난해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출처=소프트뱅크벤처스 홈페이지./출처=소프트뱅크벤처스 홈페이지.
소프트뱅크벤처스 운용 자산은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대표 펀드는 차이나벤처스펀드I와 그로스엑셀러레이션펀드로, 자금 규모가 각각 3400억원, 3200억원에 달한다. 차이나펀드I은 중국 테크·미디어·콘텐츠 스타트업, 그로스펀드는 아시아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투자 대상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올 초 영문 사명을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에서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로 변경하고, 투자 범위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초기 투자로 넓혔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소프트뱅크벤처스 투자 유치가 유망 기업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소프트뱅크벤처스가 투자한 기업들 중 상당수가 급속한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오픈서베이의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9'에 따르면, 창업자(73명) 투자유치 선호도에서 소프트뱅크벤처스(23.6%)는 알토스벤처스(29.2%)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인지도에서는 소프트뱅크벤처스(89%)가 1위, 알토스벤처스(84.9%)가 2위를 차지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 9월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자상한 기업'(자발적 상생기업) 6호로 선정했다. 적극적인 AI 투자 활동을 통해 관련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 공로다.

최근 라인·야후재팬 경영통합 결단을 내린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스타트업 투자 분야에서 먼저 손잡았다. 두 회사는 2016년 11월 미디어, 콘텐츠 기업 투자를 위해 500억원 규모 에스비넥스티미디어이노베이션펀드를 결성했다. 네이버가 400억원, 소프트뱅크벤처스 45억원, 한국벤처투자 5억원을 출자했다. 이후 6개월 만에 500억원을 추가 출자, 펀드 규모를 2배로 키웠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벤처스 투자금 유치는 수준 높은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하는 보증수표와 같다"며 "사업 전개 과정에서 차별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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