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공들여 키운 中 정부, 얼마나 지원했을까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1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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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세금감면 등 약 87조원 지원
美도 시스코에 57조원 지원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별 볼 일 없는 작은 전자부품 회사에서 세계 1위 통신장비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화웨이에 지원한 금액은 750억달러(약 87조100억원)에 이른다. 화웨이는 이를 통해 경쟁사보다 30% 싼값에 부품을 팔 수 있었고, 짧은 시간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를 지원하기 위해 국책금융기관의 신용 제공, 보조금 지급, 세금 감면, 토지 가격 할인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1988년부터 2008년까지 화웨이가 받은 금융지원은 460억달러(약 53조4250억원)에 달한다. 2008~2018년에는 중국 정부의 기술 부문 재정지원 정책으로 250억달러(약 29조원)가 화웨이로 흘러들어갔다. 또 보조금 16억달러(1조8580억원)를 받았으며, 연구개발센터 부지도 20억달러(약 2조3230억원) 싸게 사들였다.



美·핀란드도 보조금 줬지만…
중국 상하이에 있는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연구개발센터 전경. /사진=AFP중국 상하이에 있는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연구개발센터 전경. /사진=AFP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기업이나 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사실 흔한 일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사용한다. 하지만 화웨이는 규모가 다르다. 화웨이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은 세계 2위 통신장비 업체 핀란드 노키아보다 17배나 많다. 스웨덴의 에릭슨은 이 기간 아예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미국의 시스코시스템즈만 2000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445억달러(약 51조6800억원)를 받아 화웨이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중국 외교부는 "화웨이는 중국의 다른 많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민간 기업"이라면서 "화웨이의 성취는 좋은 정책 환경과 떼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지원한 것은 인정하지만, 화웨이가 정부와 특별한 관계를 형성한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총리가 탈세 문제 해결에 도움
화웨이 로고와 5세대(5G) 통신망 홍보 문구. /사진=AFP화웨이 로고와 5세대(5G) 통신망 홍보 문구. /사진=AFP
그러나 중국 정부의 화웨이 지원은 양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부분에서도 이뤄졌다. 1999년 화웨이가 탈세 의혹에 휩싸이자, 정부가 이례적으로 개입한다. 화웨이 본사가 있는 광둥성 선전시 시장이던 리즈빈이 당시 우방궈 부총리에게 해결을 요청한 것. 국유기업을 관리하던 우 총리는 처음에는 화웨이를 '민간기업'으로 판단해 지원을 소극적이었지만, 나중에는 회계팀 구성에 동의했다. 몇 주 뒤 화웨이는 모든 문제를 깨끗이 정리한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의 외국 진출도 도왔다. 2009년 화웨이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감시 시스템을 구축 사업을 제안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이를 수락했지만 정작 사업을 추진할 자금이 부족했다. 절차상 경쟁입찰도 거쳐야 했다. 이때 중국 정부가 나섰다. 화웨이가 사업을 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1억2470만달러(약 1450억원)의 차관을 제공했다. 만기 20년, 연 3% 금리의 좋은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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