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텔라 비켜'…이탈리아의 '달콤살벌' 초콜릿 전쟁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12.2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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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잼' 누텔라에 대항하는 바릴라…NYT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초콜릿 전쟁"

/사진=AFP/사진=AFP


달콤한 초콜릿 디저트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잼이 있다. 바로 악마의 잼으로 유명한 '누텔라'다. 이탈리아 국민 초콜릿 기업으로 사랑받는 페레로로쉐가 만든 누텔라는 전세계적으로 2.5초 당 한 통씩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런 누텔라의 인기에 맞서기 위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탈리아에서는 '초콜릿 전쟁'이 벌어졌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이 오자 이탈리아는 최고의 초콜릿 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2차 대전 직후 나온 누텔라…폭발적 인기 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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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사람들은 보통 아침에 쿠키나 파이를 커피와 함께 곁들여 먹는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에는 아침용 스낵(Merendine, 메렌디네) 시장이 매우 발달해 있다. 집에서 직접 구워먹었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편리함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이 아침을 사 먹으면서 관련 시장은 더욱 발달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코코아 물량이 부족해지자 헤이즐넛에 코코아를 소량 섞어 크림을 만든 게 '누텔라'의 시초다. 1946년 제빵사 피에트로 페레로가 작은 제과점을 열고 누텔라를 개발했다. 당시 제과점은 70여 년만에 170국에 직원 4만명을 둔 회사로 성장했다. 누텔라는 제품 개발을 위해 10년간 1억2000만유로(약 1550억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누텔라는 영화에도 등장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다. 1984년 영화 '비앙카(Bianca)'에는 감독이자 주인공인 난니 모레티가 한밤중에 1미터 높이의 큰 병에 담긴 누텔라를 마구 퍼먹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후 사람들에게 더욱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팜유'도 '수입산 헤이즐넛'도 없다며 나온 '바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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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텔라의 인기가 높아지자 또 다른 이탈리아 국민 과자 브랜드 '바릴라'는 지난해 누텔라와 비슷한 초콜릿 잼을 내놓았다. 바릴라 '판 디 스텔레'를 '아침에 먹는 초콜릿 비스킷' 같은 문구와 함께 소개하며 홍보했다. 그러면서 "별 모양의 판 디 스텔레는 보석이고 예술품"이라면서 "팜유가 다량 함유된 누텔라와는 달리 더 지속가능하고 영양 측면에서도 낫다"고 밝혔다.

최근 극우 정당 동맹을 이끄는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는 누텔라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그의 SNS에는 누텔라 바른 빵을 먹는 사진이 자주 올라오곤 했지만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살비니는 "누텔라가 터키산 헤이즐넛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나는 이탈리아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과 농민을 돕길 원하고 이탈리아 제품을 먹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후 바릴라는 자사 제품을 "100% 이탈리아산 헤이즐넛과 '꿈 같은' 초콜릿으로 만든 판 디 스텔레 크림'이라고 홍보하며 이를 적극 이용하기도 했다.


밀라노의 마케팅 전문가인 미첼 보로니는 NYT에 "누텔라와 판 디 스텔레의 경쟁은 바릴라와 페레로로쉐의 전쟁을 일으켰다"면서 "이것은 이탈리아의 것으로 남아 있는 이탈리아의 마지막 거대 식품업체들 간의 경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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