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남매의 난' 조현아, 강성부 펀드에 손뻗나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김도윤 기자 2019.12.23 16:45
글자크기

조현아·조원태·조에밀리 3남매 6.47~6.52%로 큰 차이 없어, KGCI(17.29%) 델타항공(10%) 반도건설(6.3%) 행보가 관건

한진家 '남매의 난' 조현아, 강성부 펀드에 손뻗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을 선언하면서 한진그룹 주요 주주 간 합종연횡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올해 초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한 차례 경영권 분쟁을 치른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끼어들고 싶지 않다"며 관망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단일 주주로는 최대 지분을 보유한 KCGI가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강성부 KCGI 대표는 23일 이번 사태와 관련한 사전 접촉 여부 및 향후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조현아 전 부사장이나 조원태 회장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접촉한 적이 없다며 "(이번 경영권 분쟁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의 '반란'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은 외부 주요 주주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나, KCGI 등의 행보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진칼 (55,700원 ▼1,700 -2.96%)은 정석기업, 토파스여행정보, 칼호텔네트워크 등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는 것은 물론, 22% 지분을 보유한 한진 (20,850원 ▼450 -2.11%)을 통해 인천·울산·부산·평택 등지의 항만운영 회사 및 컨테이너 터키널, 물류센터 등을, 또 지분 29.62%를 보유한 대한항공 (20,250원 ▼300 -1.46%)을 통해 한국공항, 한진정보통신 등을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한진그룹의 지주사다.

고 조양호 전 회장과 그의 세 자녀(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 조에밀리리 한진칼 전무) 및 특수관계인들은 28.84%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종전 조 전 회장이 보유하던 17.84%의 지분(의결권부 보통주)은 배우자인 이명희 고문과 조원태 회장 등 3남매에게 상속됐다.

현재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조 에밀리 리 전무의 한진칼 지분은 각각 6.52%, 6.49%, 6.47%씩이며 이 전 이사장의 지분은 5.31%다. 현재로서는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지분율 차이가 미미해 어느 쪽이 경영권 분쟁에서 최종적으로 이길지 확언할 수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한진칼의 종전 주요 주주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연 눈에 띄는 곳은 KCGI다. 조 회장 등 한진 오너 일가들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28.94%에 이르지면 단일 주주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KCGI이기 때문이다. KCGI는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한진칼 이사선임 반대 등 안건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펼치며 한진 오너 일가를 떨게 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81%의 지분을 보유하던 KCGI는 올해 들어 지분을 계속 늘려가며 현재 지분율을 17.29%까지 늘린 상태다.

올해 초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상황에서 지분을 확보하며 한진그룹의 우군으로 등장한 미국 델타항공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델타항공은 올 6월 한진칼 지분 4.3%를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올 3분기 말 현재 10%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델타항공 지분은 현재 경영권을 장악한 조 회장의 우군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6.52%)과 델타항공의 지분(10%)에 기존 한진그룹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더할 경우 조 전 부사장 측의 '반란'을 너끈히 제압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조 전 부사장이 KCGI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한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다.

올 10월 처음 5% 이상 지분을 보유했다고 공시한 후 이달 초 한진칼 지분율을 6.28%까지 늘린 대호개발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호개발은 반도건설 계열사로 올 하반기 이름을 드러낸 후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앞으로 KCGI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시장에선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더 큰 수익을 추구하는 운용사의 특성을 감안할 때 더 나은 제안을 주는 쪽에 손을 건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진칼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 한진칼 주가 상승은 내년 3월 조 회장 연임 승인안건이 주주총회에 상정되기 전 지분경쟁에 따른 것"이라며 "KCGI는 어느 쪽이 경영권을 쥐게 되든 주가가 오르기만 하면 유리한 상황이다. 조 회장이든 조 전 부사장이든 경영권을 쥐기 위해서는 KCGI의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내년 주총까지 KCGI는 관망세를 취하다가 보다 유리한 선택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경영권 분쟁이 추후 어떻게 진행될지 더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KCGI가 조 전 부사장에 힘을 실을 명분이 부족하다는 관측도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KCGI는 종전 한진그룹 일가와의 경영권 분쟁 당시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등을 걸고 넘어지면서 공격을 가한 적이 있다"며 "조 전 부사장과 이제 와서 손을 잡을 명분이 없을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이나 KCGI 양측 모두 제휴할 명분은 적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이날 한진칼은 전일 대비 20% 오른 4만6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는 한진칼이 2013년 옛 대한항공에서 분할해 재상장된 이후 최고치다. 한진칼 우선주(한진칼우 (24,350원 ▼650 -2.60%)) 대한항공 우선주(대한항공우 (23,500원 0.00%))도 이날 상한가로 직행했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따라 의결권 프리미엄이 앞으로 더 치솟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라는 평가다.

한진칼 차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