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스관 사업 막겠다는 미국
러시아 우수트라가에서 독일 북동부 그라이프스발트까지 약 1200㎞를 잇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 2' 시설. /사진=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회사 가스프롬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의 제재 이후 노르트 스트림 2 건설을 담당하던 스위스 회사 올시즈(Allseas)그룹은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95억유로(약 12조2335억원) 규모의 공사가 좌초위기에 처한 것이다. 리처드 그레넬 주독일 미국대사는 22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 의회를 포함해 15개 나라가 노르트 스트림 2 사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올시즈의 공사 중단 결정이 매우 기쁘다. 이번 제재는 매우 '친(親)유럽'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르트 스트림 2 가스관 지도. /사진=가스프롬 홈페이지 갈무리
독일이 우방인 미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러시아 가스 수입을 강행하는 이유는 우선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가스 수입이 늘면 전체 소비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EU의 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노르트 스트림 2 사업은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더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만들 것"이라며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내년 유럽의 가스 소비를 80억유로(약 10조3000억원)가량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탈(脫)원전 정책도 독일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원전을 줄이면 화력발전을 늘려야 해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한다. 천연가스가 석유나 석탄보다 대기 오염물질 배출이 적어서다. 독일로서는 러시아에서 들여온 천연가스를 다른 유럽 국가에 되팔아 운송 수수료도 챙길 수 있다. 반면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보내던 기존 통로인 우크라이나 가스관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전망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미국산 對 러시아산, 천연가스 경쟁
독일 북동부 루브민에서 진행되고 있는 '노르트 스트림 2' 공사 현장. /사진=AFP
셰일혁명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천연가스 생산국이 된 미국은 유럽 천연가스 시장에서 러시아에 도전하는 처지기도 하다. 미국은 2016년 처음으로 유럽에 천연가스를 수출했다. 이후 조금씩 늘던 미국의 천연가스 수출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급증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장클로드 융커 전 EU 집행위원장과 만나 무역 담판을 벌인 이후 유럽의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량은 600%가량 치솟았다. 대미국 무역흑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수입을 늘릴 것이다.
그러나 유럽이 저렴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대신 미국산을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스관을 통한 수입 단가가 선박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싸다. 유럽이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항구와 저장시설에도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노르트 스트림 2 사업을 막기 위한 미국의 제재는 이미 너무 늦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도 이를 알고 있으며 이번 제재는 노르트 스트림 2 이후 진행되는 '투르크 스트림'(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사업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