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와 싸우던 울산 삼호마을, '태양광' 덕에 웃었다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19.12.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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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성공키워드를 찾아라]지역맞춤·주민참여·이익공유 원칙으로 '에너지전환' 앞당겨

울산시 '삼호 철새마을 그린빌리지 사업'으로 울산시 남구 삼호동 주택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 / 사진제공=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울산시 '삼호 철새마을 그린빌리지 사업'으로 울산시 남구 삼호동 주택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 / 사진제공=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울산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 강을 따라선 우거진 대나무가 빽빽하게 숲을 이룬다. 매년 여름철 백로가, 겨울철엔 까마귀가 이곳을 찾는다. 하늘을 수놓는 철새들의 군무는 울산이 자랑하는 볼거리다. 하지만 인근 삼호동 주민에게 철새는 '반가운 손님'보단 '불청객'이었다. 배설물로 주택과 차량 등이 오염되는 불편을 겪어 온 탓이다.

"철새와 주민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울산시가 내놓은 아이디어는 '신재생에너지'였다. 주택 옥상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달아 주민 피해를 보상해보자는 것이다.



울산시는 2016년 '삼호 철새마을 그린빌리지 사업'을 시작해 2017년 494가구, 2018년 185가구에 3kW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다. 올해말까지 238가구에 추가 보급 예정이다. 현재 태양광 발전량은 하루 7588kWh, 연간 약 273만kWh다. 온실가스는 연간 약 940톤을 감축했다. 옥상에 태양광이 설치되고 전선 지중화 사업 등도 함께 진행되면서 주거지역에 철새 접근이 줄어들었고 주민 생활환경도 대폭 개선됐다.

울산 삼호마을은 '에너지전환' 성공법을 보여준 대표적 예로 꼽힌다. 철새 피해를 호소하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모델을 만들었고, 추진협의회 등을 통해 사업 과정에서 주민 참여를 보장했다. 발생한 이익은 주민에게 돌아가도록 해 호응을 이끌어 냈다.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은 월평균 약 3만5000원, 매년 42만원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를 본다. 울산시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외부에 판매하고 수익을 지역에 재투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정부가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내놓은 지 2년. 적극적인 규제 개선과 보급 정책에 힘입어 2년간 목표치를 크게 뛰어넘은 약 7.1GW 규모 재생에너지 설비가 신규 설치됐다. 에너지전환 정책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셈이다. 울산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성공 사례 배경에는 △지역맞춤 △주민참여 △이익공유라는 공통 키워드를 찾을 수 있다.

인천 친환경에너지 자립섬은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한 섬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사례다. 2013년 옹진군 백아도를 시작으로 지도, 덕적도와 강화군 석모도, 볼음도 등 5개 지역에 △태양광 1248kW △풍력 126kW △지열 936kW △ESS(에너지저장장치) 2241kWh △소수력 1.5kW 설비를 보급했다. 이전까지 썼던 디젤발전은 소음과 매연 발생은 물론 전력 생산이 불안정해 주민들의 불편을 낳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가구 전기료 부담도 덜게 됐다. '친환경 섬마을'를 찾는 관광객의 발걸음도 늘고 있다.

제주시는 풍력발전으로 얻은 이익을 지역에 돌려줘 '주민과 함께하는 에너지전환'을 실천하고 있다. 바람이 많은 제주도는 1970년대부터 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경관을 훼손하고 땅값이 떨어진다는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이에 제주시는 2017년 '제주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 사업을 시작했다. 풍력발전 개발 이익으로 매년 40억 규모 기금을 조성해 에너지 취약계층에 전기요금을 지원하는 등 주민을 위해 쓴다. 사용처는 주민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한다.


이현탁 제주특별자치도 저탄소정책과 주무관은 "현재도 곳곳에서 재생에너지 개발과정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데, 자연에서 오는 에너지자원은 우리 모두의 자원이므로 사업자·주민·지자체가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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