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간부 모아놓고 "무장력 강화" 외친 김정은 속내는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19.12.2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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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北 ‘새로운 길’ 구체화할 당 전원회의 앞두고 軍인사·조직 개편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고 국방력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19.12.22.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고 국방력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19.12.22. [email protected]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0여명의 군 간부를 한 자리에 모은 가운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3차 확대회의를 열었다. 북미협상 국면이 끝나면 선택할 ‘새로운 길’의 중심에 군사력 강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관측이다.



22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 주재로 열린 이번 확대회의에서는 자위적 국방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 문제들과, 부대들의 조직개편, 중앙군사위원들의 보선 등이 이뤄졌다.

확대회의의 구체적인 개최 시점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북한 관영매체들이 중요한 회의의 경우 보통 바로 다음 날 관련 소식을 보도한다는 점에서 21일 열렸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우리 혁명의 전진에서 매우 관건적인 시기에 진행된 확대회의는 우리 당의 혁명적 무장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고 주체혁명위업의 믿음직한 군사적 담보를 마련하는데서 또 한 번의 도약기를 열어놓은 역사적 계기”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대내외 상황을 분석하고 군 사업에서 나타난 결함들과 극복 과제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지휘성원들이 조국보위도 사회주의건설도 다 맡자는 인민군대의 전통적이며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구호를 더 높이 추켜들어야 한다”고 했다.

중앙군사위는 무력강화와 군수공업 발전 등 국방사업의 전반을 지도하는 기구다. 이번 결정 사항은 곧 열릴 예정인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승인받을 전망이다. 전원회의는 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이 참석해 북한의 핵심 정책노선을 결정하는 회의다.


김 위원장의 '새로운 길'은 전원회의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원회의를 앞두고 중앙군사위를 개최한 것은 북한의 최종 선택지가 군사적 강경노선에 집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가능케 한다.

◇전문가들 “무장력 강화, 전원회의 ‘새로운 길’과 연결될 것”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고 국방력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19.12.22.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고 국방력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19.12.22. [email protected]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확대회의에서는 기존의 중앙군사위 회의에서 크게 변화되는 부분이 없지만 자위적 국방력 발전이 두드러지는 포인트"라며 "전반적인 무장력을 더욱 강화한다 같은 내용이 전원회의와 연결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조직개편의 경우 핵·미사일 강화를 위해 군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번 중앙군사위에서 내각과 당 간부의 비중이 축소되고 군 관련 간부의 비중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대규모 인사 개편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내각과 당 간부들의 비중을 축소한 것은 이번 회의에서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와 관련해 중요한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은 대북제재와 중러관계를 고려해 핵·미사일 능력의 양적·질적 강화를 은밀히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앞두고 한 걸음씩 자기 갈 길을 가고 있다"며 "이번 확대회의는 전원회의의 전초전이기도 하고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해서 어떤 길을 가려고 할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조선혁명발전(자력부흥과 자력번영), 자력갱생 경제총력 집중노선(대내), 중러 중심 국제연대의 새로운 길(대외), 핵무력 강군화(국방), 사회주의 부강 조국 건설 등이 내년 신년사 구호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단어들이 아닐까 한다"고 내다봤다.

◇김정은, 막판까지 수위조절…크리스마스 도발 여부 주목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고 국방력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19.12.22.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고 국방력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19.12.22.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북한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23~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와 한중·한일 정상회담 상황을 지켜보고, 미국의 협상태도 변화 여부를 살핀 뒤 전원회의를 열어 ‘새로운 길’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자위적 국방력 강화와 관련된 여러 안건들이 논의됐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김 위원장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기 위해 막판까지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확대회의에서 핵과 미국과 관련된 새로운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새로운 길은 전원회의의 결정사항으로 남겨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의 태도변화 시한으로 설정한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ICBM 시험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다. 21일(현지시간) NBC에 따르면 평안남도 평성 '3월16일 공장'에서 발사대 설치를 위한 임시 구조물이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ICBM 발사대를 만들거나 혹은 개조할 때 이 구조물을 세우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은 ICBM 프로그램의 확장 기반을 만드는 준비 작업을 여러 장소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CFTNI) 한국담당 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22일 전원회의가 열리고 23일 북한 매체를 통해 관련 사실이 발표될 것’이란 관측에 대해 “미국 동부시간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ICBM을 발사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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