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산 강남 아파트, 만기 돌아오면 팔아야 하나요?"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19.12.23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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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초과 주담대 금지, '신규주택 취득 목적'때만…기존 대출 만기연장·대환대출 가능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첫 주말인 22일 서울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첫 주말인 22일 서울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강남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A씨는 이번 정부의 부동산 규제 방안을 듣고 혼란스러워졌다. 현재 거주 중인 집을 매입하면서 받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만기가 1년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 정부 규제로 만기 이후 새로 대출을 못 받는 건지 의문이 생긴 것이다. 나름 맞벌이에 고소득자인 A씨지만 당장 목돈이 없어 대출을 연장해야 하는 상황이라 혹시 '집을 팔아야 하는 건지' 걱정이 됐다.

A씨처럼 주담대를 받고 15억원이 넘는 집을 산 사람들이 정부의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이후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한 주담대를 전면금지하면서 대출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인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과연 A씨는 집을 팔지 않아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A씨처럼 기존에 주담대를 받은 경우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핵심은 '신규 주택 취득 목적의 대출'이기 때문이다. 신규 주택 취득 목적의 대출이 아니라면 기존 규제를 적용받는다. A씨처럼 이미 주담대를 받아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은 이후 단순 만기 연장 때나 대환 대출을 받을 때 이번 규제와 상관없이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A씨처럼 실거주가 아니라 투자목적으로 고가 주택을 구매하고 전세를 준 뒤 자신은 또 다른 집에 전세민으로 사는 일종의 '몸테크'족은 경우에 따라 각각 상황이 달라진다.



우선 초고가 주택을 주담대를 받고 샀더라도 추가 대출이 없는 경우라면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존 대출 만기 연장 등에 새로운 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살고 있는 전세집을 정리하고 본인 소유의 집으로 들어가야 하는 등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없다. 정부가 기존 보유 주택에 대해선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담대를 막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18일 이후 '갭투자'를 위해 전세를 끼고 고가 주택을 매입한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는 당초 이번 규제 발표 때 '신규 주택 취득 목적의 대출'의 경우에만 신규 주담대를 금지했고, 그 외 목적의 경우에는 초고가 주택이라도 대출을 막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세입자 보호조치가 이번 대책의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전세를 끼고 자기 자금으로 초고가 주택을 사는 경우를 막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고가 아파트를 사는데 자금 부담이 크지 않아 강남, 마포 등을 중심으로 이 같은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결국 정부는 지난 18일 이후 신규 구입한 투지지역·투기과열지구 소재 초고가 아파트에 대해서는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담대도 금지했다.

아울러 주담대 외에 전세자금대출을 추가로 받은 상태로 갭투자에 나선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이 시가 9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를 새로 사들이거나 가격과 상관없이 2주택 이상 보유하게 되면 이미 받은 전세대출을 즉시 갚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에는 당장 전세대출을 갚을 거액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울며 겨자먹기'로 기존 보유 주택을 처분해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이미 주담대를 받고 고가 주택을 매입한 사람들은 이번 규제에 큰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주담대 외에 전세대출을 추가로 받아 갭투자를 한 사람들이 내놓는 고가주택 매물이 일부 시장에 나올 순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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