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등판한' 한화생명, 주가 '암흑기' 끝낼까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9.1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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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가 반토막, PBR 최하위로 암흑기…김승연 회장 차남 김동원 상무, 첫 자사주 취득 …주가부양 신호탄 되나

김승연 한화생명 상무/사진=머니투데이DB김승연 한화생명 상무/사진=머니투데이DB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2,910원 ▲40 +1.39%) 상무가 처음으로 한화생명의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그동안 한화생명을 괴롭혀 온 주가 부양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한화생명의 주가는 현재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된 상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상무는 최근 한화생명 주식 30만주를 매입했다. 총 7억401만원 규모다.



김 상무가 한화생명 주식을 취득한 것은 지난 2015년 입사 후 4년 만에 처음이다.
2014년 3월부터 그룹의 디지털 관련 업무를 총괄해 온 김 상무는 2015년 9월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디지털혁신실 상무 등을 거치며 디지털, 핀테크 부문 관련 사업을 이끌었다. 지난해 말 처음으로 주력 총괄 보직인 미래혁신 및 해외 총괄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최근 주가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주가부양과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를 표명하는 차원에서 김 상무도 자사주 취득에 동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의 주가하락이 계속되자 차남규 전 부회장과 여승주 사장 등 경영진은 올 들어서만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대거 매입했다. 하지만 주가는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20일 종가 기준 2365원으로 액면가(50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보험주 중에서도 한화생명의 주가가 유난히 빠진 이유에 대해 저금리와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 도입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한화생명을 비롯한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과거에 고금리를 약속하는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다. 한화생명은 유독 해당 상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 금리가 떨어질수록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 부담이 커지는 역마진을 겪고 있다. 여기에 IFRS 17과 감독규제인 신지급여력제도(킥스) 시행에 대비해 수천억원대 자본확충 부담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금리하락과 자본 건전성 규제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도 현재 한화생명의 주가는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기준 총자산 114조3000억원, 수입보험료 14조2000억원으로 업계 2위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로부터 받은 신용등급도 ‘A1’, ‘A+’다.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비율인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2배에도 못 미쳐 상장한 생보사 중 가장 낮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자사주매입은 주주들에게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며 "최근 오랫동안 회사를 이끌던 차남규 부회장이 물러난 가운데 김 상무가 주가 부양 등 경영 전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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