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연구할수록 가능성과 잠재력에 빠져든다"

머니투데이 대담=송기용 부국장(산업1부장), 정리=우경희 기자 2019.12.30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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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가장 비싼 에너지인 수소를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한 에너지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한국의 수소 행보를 전 세계가 곁눈질한다. 수소 양산과 수출에 사활을 건 호주와 캐나다, 중동 등 자원부국은 물론 수소경제 주도권 쟁탈에 뛰어든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도 모두 한국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한다.



가장 비싼 에너지인 수소를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로 바꿔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 확보가 필수적이다. 정부의 수소산업 육성 의지와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기업의 수소전기차 개발의지가 결합된 한국은 수소산업을 위한 최적의 발판을 닦았다.

수소산업 대전환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이 가운데 수소 진흥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맡은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을 지난 16일 추진단 본부에서 만났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활용 효율을 가장 높일 수 있는게 수소"라며 "기술적 확신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한지 3개월이 지났다. 현장에서 경험한 한국 수소산업 발전 가능성은 어떤가?

▶처음에는 사실 수소산업에 대해 '이게 쉽겠나' 생각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갈수록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에너지전환이라는 게 탄소에서 저탄소로 가는건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어렵다. 현실적 한계를 느껴왔던 상황에서 수소가 분명한 대안이라는 판단이 선다.

수소가 지금은 가장 비싼 에너지지만 모든 에너지가 처음에는 비싸다.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규모의 경제가 성립되고 기술 발전과 함께 효율이 높아진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로 가면 싸진다. 값싼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분해해 만드는 수소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인류는 과거 에너지 문제를 기술로 극복해 왔다. 수소에 대해서도 그렇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경제성 면에서 수소를 국내에서 생산하기보다는 수입하는 게 경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생산 잠재력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이 수소 생산 잠재력 면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할지도 모른다. 다만 적어도 활용 기술 면에서는, 수소를 생산하고 운반하고 활용하는 기술 면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다. LNG(액화천연가스) 사업을 시작하면서 LNG선은 대한민국 조선의 대표적 제품이 됐다. 앞으로 수소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조선, 철강 등 우리 주력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수소가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만드는, 신성장동력이 될수 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지금 전 세계의 가장 어려운 문제가 수송 분야 탈석유다. 자동차는 기름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 전기차가 나오고 있지만 배터리 용량을 무한정 키울 수 없고 충전도 어렵다. 이런 부분을 수소전기차가 보완할 수 있다. 힘이 강하고 충전시간이 짧다. 수소 자체는 완전 청정에너지로 오히려 탄소를 정화시켜준다. 드론은 물론 선박, 트램 등 장거리 운송수단에서 수소의 활용도가 높아진다고 본다.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부 차원의 수소정책 언급이 초반보다 줄어드는 느낌이다. 다른 정책에 밀려 관심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이미 여러가지를 구체화했다.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 냈고, 기술 표준화 전략도 마련했다. 또 수소를 중심으로 한 미래차 전략도 수립했다. 무엇보다 의미가 큰 것은 수소산업 진흥 및 안전에 관한 법이다. 통과는 시간문제다. 수소경제가 1~2년만에 실현된다고는 아무도 말 못한다. 최소 10~20년이 걸린다. 그런 기반을 마련했다는 게 2019년의 가장 큰 성과다.

-수소전기차 관련 예산은 늘어나고 있다.

▶수소 관련 예산이 5000억원을 넘어섰다. 수소전기차는 2018년 넥쏘가 출시되고 나서 올해 6000대 정도 팔았는데 2020년엔 1만대 이상 팔릴걸로 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게 우리 수소전기차 시장이다.

-강릉 연구시설 폭발사고로 인해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게 사실이다.

▶사고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강릉 사고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해당 시설은 연구시설이었고, 충전소는 완벽하게 안전이 국제적으로 검증된 시설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고가 안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센서 등 안전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했다.

-일본 등과 비교할 때 한국의 수소산업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다고 보나.

▶세계 모두가 아직 초기 단계다. 다만 수소가 미래 에너지의 핵심이라는 공감대가 있다. 특히 에너지를 수입하는 일본, 미국, 유럽, 중국 등은 수소의 가능성을 훨씬 더 크게 본다. 수소 수출을 추진하는 호주, 뉴질랜드, 중동 산유국은 어떻게 하면 수소를 상업화해서 교역가능 에너지로 만들지 연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일본이 가장 앞서 있는 건 맞다. 그렇다고 우리가 뒤쳐진 것은 아니다. 수소전기차 부문에서는 확실히 일본에 앞서있다. 또 연료전지를 활용한 발전도 그렇다. 어떻게 서로 강점을 발휘해 미래 수소경제를 선도할 것이냐가 모든 나라의 숙제다. 서로 연대를 해야 가장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이 된다. 협력과 경쟁이 현재로서는 병존하고 있다.

-일본은 대지진과 원전사고 이후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갈망이 강하다. 도쿄올림픽을 수소올림픽으로 삼는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일본에서 배워야 할 부분은 뭘까.

▶수소경제는 수소를 만들고 운반하고 저장하고 활용하는 모든 인프라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일본은 이미 그 구축을 시작했다. 호주와 전 수소 밸류체인에 걸쳐 시범사업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걸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구현을 해보겠다는 거다. 그러나 우리도 늦게 시작했을 뿐 일본보다 잘해 온 사업이 있다. LNG사업도 늦게 시작했지만 앞선다.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수소가 완전한 청정에너지는 아니라는 주장도 계속해서 나온다.

▶석유나 석탄, 가스는 그 자체가 에너지는 아니다. 전기나 열로 변환해야 최종 에너지다. 수소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IAE(국제에너지기구)에선 수소를 에너지캐리어라고 설명한다. 수소라는 캐리어가 다른 캐리어에 비해 효율적이냐가 관건이다. 전기보다 수소가 청정하면 수소는 청정에너지인거다.

현재 수소는 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얻거나(부생수소), LNG에서 개질(reforming)하는 2가지 방법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점을 일부에서 지적한다. 하지만 천연가스를 이용해 생산한 수소로 수소전기차를 운행하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40% 정도 탄소배출량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태양열·풍력 등을 활용한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를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2050년이면 전체 에너지에서 수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로 예상되는데 그린수소 비중을 높여야 한다.

-수소법이 통과되면 바로 수소진흥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수소 전담 진흥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엔 누구나 공감한다. 다만 지금 당장 필요하냐는데 이견이 있다. 그래서 진흥원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기관 가운데 진흥기구를 지정하는 쪽으로 정했다. 지정을 통해 법정 단체로서 정부가 부여하는 임무, 산업계가 요구하는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 절차가 하위법, 시행령, 시행규칙으로 마련될텐데 (지정이 되면) 수소융합얼라이언스도 역할을 담당하려고 한다.

수소는 수소에너지라고 하지 않고 수소경제라고 부른다. 수소가 특정 부처가 담당하는게 아니라 모든 부처가 관계되는, 산업, 에너지 전반이 다 연관되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소경제라고 부른다. 수소법에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는 범정부 차원의 수소경제위원회를 구성하기로 돼 있다. 법이 통과되면 바로 구성될 예정이다.

-수소경제를 위해 다른 나라들과 협력은 필수적인데.

▶호주나 뉴질랜드처럼 수소 수출 잠재력이 있는 나라에서 그린수소,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수소를 수입하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서로 강점을 제공하고 협력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정부에서 굉장히 큰 관심을 갖고있고 아이디어도 있다. 사우디 아람코도 그렇다. 광활한 땅에 엄청난 태양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 전기를 생산하면 송전선로를 깔아야 하는데 수소는 그럴 필요가 없다. 수소를 공부할수록 미래 가능성과 잠재력에 빠져들게 된다.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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