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헤틀리쉐이디 지열 발전/ 사진=장시복 기자
아이슬란드는 강원도 원주시 수준인 약 33만명 규모의 인구 소국이다. "혹시 먼 친척이 아닐지" 미리 점검해주는 데이트 앱이 유행할 정도다. 척박한 땅이지만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가장 높을 정도로 천혜의 청정 자연을 부여받았다. 때문에 알루미늄 제련과 관광·어업 등 자원을 활용한 산업이 발달했다.
이 씨앗이 뿌려져 1999년 아이슬란드 정부는 수소 활용 교통체계 시스템 'ECTOS'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한때 국제수소연료전지파트너십(IPHE) 의장국을 맡을 정도로 '수소 주도국 위상'도 상당했다.
아이슬란드 수력발전소/사진=장시복
초창기 수소 사업을 주도했던 '뉴에너지'의 해외 주주(쉘·다임러 등)는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수소경제 대부' 아르나손 교수는 2017년 영면에 들었다. 2008년 아이슬란드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수소 투자에도 치명적이었다.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갔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들렸다.
지열을 통한 그린 수소 생산 시설/사진제공=온 파워
아이슬란드 수소경제 프로젝트를 태동시킨 아이슬란드대의 화학과 스베인 올라프슨 교수/사진=장시복
아이슬란드 블루라군 인근 지열 발전소. 늦은 밤에도 계속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장시복
지열 발전을 통해 레이캬비크로 전기와 난방을 공급하는 온파워(ON Power)는 지난해 이곳에 EU(유럽연합) 보조금을 받아 수소 생산을 위한 전해조를 설치했다. 현재 1시간에 13kg, 1년에 대략 100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겠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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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얀 아틀라손 온파워 전무는 "한밤중, 특히 난방 수요가 낮은 여름 심야에 버려지는 전기를 수소로 전환하고 이 수소를 버스 등 운송수단에 사용할 수 있다"며 "단 하나의 에너지도 버려지게 놔둘 수 없다는 인식이 기본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헬리셰이디에서 만들어진 그린수소는 레이캬비크 시내 수소충전소에서 공급될 예정이다. 아이슬란드 내 전력 생산 비중에서 수력과 지열 발전은 각각 7대 3을 차지한다. 따라서 앞으로 수요가 증가하면 수력 발전을 통한 수소 생산도 검토할 예정이다.
아틀라손 전무는 "아이슬란드에선 지열을 통한 생산이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라 먼저 추진됐다"며 "각 국가·환경 별로 상황에 따른 옵션을 잘 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도심/사진=장시복
반지 모양으로 아이슬란드 외곽을 따라 순환하는 이른바 '링 로드'(1번 국도)에 매일 달리는 화물차 연료를 수소로 전환하면 혁신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기대도 높다.
아이슬란드 현대차 매장 넥쏘/사진=장시복
아이슬란드 정부도 그린 수소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정책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에를라 게스츠도티르 아이슬란드 산업혁신부 선임 고문은 "아이슬란드는 파리 기후 협정의 일원으로 204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차량뿐 아니라 해양 선박 기술이나 에너지 저장에도 가능성이 높은 수소가 아이슬란드 미래에서 중요한 에너지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슬란드 정부 관계자/사진=장시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