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웬 샤프 남호주정부 개발담당관이 기자에게 6월 완공될 수소파크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공장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판을 통해 수소파크에서 하루 500kg의 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부지는 허허벌판이다./사진=우경희 기자
'여름의 크리스마스' 직전인 지난달 19일 남호주를 찾았다. 남호주는 IEA(국제에너지기구)가 2018년 신재생에너지 순위에서 호주 연방에서 빼내 별도 평가할 정도로 신재생에너지 메카다. 이 조사에서 전체 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덴마크(62%)에 이어 47%로 2위에 올랐다. 한국은 2%로 조사 대상 중 꼴찌였다.
뜻밖의 대정전사태, 그린수소에 눈을 뜨다.
배터리와 함께 가장 효율이 높고 곧바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수소다. 국제사회 수요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전기와 물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뒤늦게 시작하고 보니 이미 인근 빅토리아나 퀸즐랜드 주는 수소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필연과 우연이 남호주를 그린수소로 이끈 셈이다. 오는 6월 완공 예정인 톤슬리 수소파크는 그 첫 실증단지다. 샤프 담당관은 "독일에서 수전해설비를 운송 중인데 3개월의 테스트기간을 거쳐 하루 500kg의 수소를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내 계획 중인 테스트설비의 두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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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슬리 수소공원 조감도/사진=남호주정부
톤슬리 메인건물 옥상에 태양광판이 속속 설치되고 있다. 사진 왼쪽 중단 흙이 드러나있는 지역이 수소파크 예정부지다./사진=우경희 기자
톤슬리 수소파크의 실증계획이 단단하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톤슬리는 미쓰비시와 홀덴(GM호주) 완성차 공장이 있던 제조업의 성지다. 제조업 쇠락으로 문을 닫은 메인 공장동에 스타트업, 대학, 글로벌기업, 교육기관이 찾아들었다. 이 과정에서 톤슬리는 호주 도시재생의 상징이 됐다.
공장동 옥상에 7200여개가 넘는 태양광패널을 깔아 수소파크의 에너지원으로 쓴다. 수소파크에서 만든 수소는 95%의 천연가스에 5%의 수소를 섞어 가정용 연료로 인근 700가구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어 인근 제철소 및 수소전기차 충전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샤프 담당관은 "가정·산업·모빌리티 실증을 동시에 하는 대단히 의미있는 투자"라고 말했다.
절박한 호주 "석탄의 시대 저물었다"
톤슬리 수소파크 동력 구축을 위한 폐 공장 메인건물 지붕 태양광판 설치작업이 한창이다./사진=우경희 기자
양산 계획도 세웠다. 애들레이드 북단 크리스탈브룩에 50MW 규모로 풍력과 태양광을 결합한 수소생산단지를 짓는다. 필립 도텔 톤슬리프로젝트 이사는 "호주가 수소를 선택한 것은 수소가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또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탈브룩 프로젝트는 최근 어렵게 주민 공청회를 통과했다. 퀸즐랜드와 빅토리아 등 경쟁 주들도 눈여겨 보고 있다. 수소파크의 40배 수준인 하루 2만kg의 수소 생산이 목표다.
크리스탈브룩은 곧 그린수소 양산을 의미한다. 또 양산은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높은 생산단가는 그린수소의 가장 큰 부담요소다. 과연 그린수소 생산단가를 한국이나 일본, 중국 등 잠재적 고객들의 기대 수준까지 끌어내릴 수 있느냐가 크리스탈브룩에서 입증된다는 의미다.
결국 시장은 가격으로 판단, 수소값 얼마가 될까
호주 퀸즐랜드공대(QUT) 이안 맥키넌 교수가 기자와 만나 퀸즐랜드주(브리즈번)의 친환경수소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갈탄 수소의 현재 값을 kg당 5~6호주달러로 본다. 남호주 정부는 그린수소의 값을 8~12호주달러로 본다. 갈탄수소가 더 싸다. 하지만 얼마가 될지 모를 운송 비용을 감안하면 지금으로서는 둘 다 경제성이 없다.
빅토리아주는 갈탄수소 가격을 최종적으로 2호주달러까지 떨어뜨릴 방침이다. 남호주 그린수소도 2호주달러가 목표다. 샤프 담당관은 "2호주달러면 미화 1.2달러(1400원)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2030년 수소가격 목표가 3000원(kg당)이다.
남호주는 크리스탈브룩을 2022년 가동할 방침이지만 한국과 일본 등 수요처의 결단이 전제다. 도쿄올림픽에 맞춰 갈탄수소를 실어가겠다는 일본도 일단 수지타산 맞추기는 포기했다. 대량 운송을 위해서는 대형 초저온 액화수소 선박도 지어야 한다. 첩첩산중이다.
호주가 묻는다 "한국은 왜 호주를 의심하나"
빅토리아주(멜번) CSIRO 소속 크리스 머닝스 박사가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호주는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의 적극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CSIRO의 이우진 박사는 "일본이 갈탄 프로젝트로 논문을 낸 게 후쿠시마 사태 이전인 2000년대 중반이고,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수소 대전환을 계획하고 있다"며 "한국과의 협력 논의는 여전히 간헐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수소 양산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붙이는 한국에 오히려 호주 전문가들은 반문했다. 이안 맥키넌 퀸즐랜드공대(QUT) 교수는 기자에게 "양산이 되느냐를 묻기 전에 한국이 수소를 얼마나 사갈지를 확실하게 밝혀주는 게 순서 아니냐"고 말했다.
CSIRO의 크리스토퍼 머닝스 박사는 "한국은 호주와 이미 똑같은 과정을 통해 LNG(액화천연가스) 협력을 하고 있다"며 "자원 수출로 살아온 호주가 이제는 석탄, LNG 대신 수소를 수출할 모든 준비가 돼 있다는데, 한국이 대체 왜 호주를 의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