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실수 놓치지 않았다"…바둑 AI '한돌'의 설욕

머니투데이 김지영 기자 2019.12.1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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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2국 호선 122수 '불계패"…"이세돌 학습한 '한돌', AI 머신러닝의 중요함 보여준 경기"

이세돌 9단이 19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은퇴대국 제2국에서 한국형 알파고라 불리는 NHN AI '한돌'과의 맞대결에서 패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2국에서 호선으로 AI 한돌과 맞붙은 이세돌은 돌가리기를 통해 흑을 잡았으나 122수 끝 흑 불계패 했다. / 사진제공=뉴스1이세돌 9단이 19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은퇴대국 제2국에서 한국형 알파고라 불리는 NHN AI '한돌'과의 맞대결에서 패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2국에서 호선으로 AI 한돌과 맞붙은 이세돌은 돌가리기를 통해 흑을 잡았으나 122수 끝 흑 불계패 했다. / 사진제공=뉴스1


인간 '쎈돌'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이세돌은 토종 바둑 AI ‘한돌’과 겨룬 두번째 대국에선 호선으로 불계패하며 전날 2점 접바둑의 승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토종 바둑 AI(인공지능) '한돌'은 2국만에야 이세돌 9단을 이기며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했다.

이세돌 9단은 19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 본사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2국에서 한돌에 122수 만에 불계패했다.



이세돌은 전날 열린 1국 2점 바둑에서 승리해 2국은 호선으로 시작했다. 호선은 실력이 같은 사람들이 맞대결하는 바둑. 이세돌은 이날 2국 맞바둑에서 흑을 잡고 양 소목 포석을 펼치며 실리작전을 구사했다. 그러나 중반 초입 좌상귀 접전에서 저지른 31와 33수가 치명상이 됐다. 이때 주도권을 잡은 한돌은 불과 40여수를 둔 시점에서 승률 그래프가 90% 이상을 유지했다.

이세돌 9단이 필사적으로 비틀고 변화를 구하면서 반전을 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세돌은 승부사로서 더는 해 볼 곳이 없다고 판단하자 비교적 이른 시기에 돌을 거뒀다.



전일 열린 1국에서는 이세돌이 92수 만에 한돌에 불계승으로 완승했다. 비록 2점을 깔고 뒀지만 인간이 AI에 이긴 것은 2016년 이세돌이 알파고에 승리한 이후 처음이다.

같은 조건에서는 인간이 AI를 극복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양 쪽이 모두 공감한 상황으로, 이번 은퇴 기념 대국은 이른바 접바둑 형태의 ‘치수고치기’로 진행된 첫 대국에서 이세돌이 1국을 잡으면서 2국에서는 서로 동등(호선)하게 대결을 펼쳤다.

AI 역시 머신러닝(기계학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준 경기였다. 이세돌 9단에 맞설 한돌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AI 프로그램이다.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하며 축적해 온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했다.


다양한 대국 데이터를 학습하며 꾸준히 기력을 발전시킨 결과, 현재는 국내외 프로기사의 실력을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했다. 한돌은 올해 1월 신민준 9단, 이동훈 9단, 김지석 9단, 박정환 9단, 신진서 9단과의 릴레이 대국인 ‘프로기사 TOP5 vs 한돌 빅매치’를 펼쳐 전승을 달성했다. 8월에는 ‘2019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에 참여해 처음으로 참가한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3위 달성의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한돌은 평소 동등한 조건에서 대국하는 ‘호선’을 학습해 왔다. 한돌은 전날 2점 바둑에서 엉뚱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호선 바둑에서는 이세돌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해설에 참여한 AI 전문가는 "한국의 토종 AI 시스템이 이만큼 작동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 "오늘 경기 의미는 세계 최정상 기사들을 이긴 AI라도 2점 접바둑처럼 학습이 부족한 경우 어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3국은 이세돌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에 있는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21일 낮 12시에 열린다. 3국은 1국과 같은 접바둑으로 진행된다.

이세돌 9단은 "한돌은 접바둑에서는 완성이 덜 됐다는 생각이 들어 1국에서는 이기기 위한 바둑을 뒀다"며 "마지막을 그렇게 두고 싶지는 않고 지더라도 이세돌 다운 바둑을 둘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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