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 "구해줘, 홈즈"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2020.0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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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신주거리포트]청년주택이 불러온 주거복지 논란…"청년은 꼭 5평 남짓 원룸에 살아야하나"

편집자주 신혼부부들이 아파트 특별공급 물량을 분양받기 위해 혼인 신고를 미룬다. 허위 임대차계약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거가 계층과 신분을 구분짓고, 혼인 등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잣대가 되면서다. 2030의 주거 트렌드를 들여다보고 2020년 집이 갖는 의미와 대안을 모색해본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 "구해줘, 홈즈"


"사회초년생이니까, 시세보다는 저렴하니까 등의 말 중 어느 것도 우리가 좁고 작은 방에 살아도 괜찮은 이유가 될 수 없다" "누구는 5평 집이 없어서 소음공해가 기본 옵션인 2평짜리 고시원에서 산다"



임대주택을 둘러싼 청년의 슬픈 논쟁이 계속된다. 좀 더 넓고 쾌적한 집에서 살고픈 욕구가 높아졌지만 비싼 임대료와 최소 주거 면적만 보장하는 임대주택에 선택지가 제한적이어서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청년가구(가구주 연령 만 20세~34세 이하)의 9.4%가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최저 주거 기준이란 법적 1인 청년가구의 경우 최소 주거 면적 14㎡, 시설(1개의 방과 부엌, 그리고 전용 수세식 화장실) 등을 갖추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범위를 수도권으로 좁히면 청년가구의 최저 주거 기준 미달 비율은 11.5%로 높아진다. 이는 소득하위 가구의 주거 기준 미달 비율 9.1% 대비 높은 수치다. 일반 가구는 5.7%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청년의 주거빈곤과 관련해서 주택이 아닌 고시원, 호텔, 여관 등 숙박업소 객실에서 거주하는 비중이 증가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국토교통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15만1553개 고시원·고시텔 주거자 중 대부분이 미혼 1인 청년층(평균 연령 34.6세)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월 임대료 33.4만원을 내고 전용면적 13.5㎡, 5평 남짓한 방에 산다.

청년의 주거난을 해소하고자 서울시가 제시한 해법은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이다. 만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주변보다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한 것. 하지만 청년 주거 복지를 높인다는 취지와는 달리 '5평짜리 빈민주택'이라는 논란을 빚었다.

서울시가 구의동 및 충정로에서 공급한 역세권 청년주택은 15~17㎡(셰어형, 신혼부부형 제외), 5평 내외가 대부분이다. 이 공공임대주택에 당첨된 대학생·청년들은 약 828만~3258만원의 보증금과 3만5000~13만7600원의 월세를 내고 살게 된다.

소셜미디어상에선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공공성을 띈 주택이니 공급면적을 줄이고 더 많은 청년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청년도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보장해야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하지만 대부분의 2030은 현재의 주거 정책이 다양화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기태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공공임대주택을 법적 최저 기준에 맞춰서 공급하는 게 맞느냐의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며 "어느 정도의 면적이 살기에 적당한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정용찬 민달팽이유니온 기획국장은 "5평 남짓한 집은 청년이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주거권이 보장된 공공임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청년은 꼭 최소주거 면적에 살아야 한다는 차별적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장실과 부엌이 한 공간에 있는 원룸들/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화장실과 부엌이 한 공간에 있는 원룸들/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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