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바세]모바일 만난 '식권'… '점심의 자유' 가져오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9.12.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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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모바일식권, 직원·회사·지역상권 '효용' 가져와… '20조 시장' 잠재력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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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식권 등장으로 '구시대 유물'로 전락하고 있는 종이 식권. /사진=서진욱 기자.모바일 식권 등장으로 '구시대 유물'로 전락하고 있는 종이 식권. /사진=서진욱 기자.


"오늘 점심 메뉴가 뭔가요?"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처럼 한 회사의 인턴으로 일하던 2010년 가을, 나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구내식당 점심 메뉴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사무실 건너편에 있던 구내식당은 홈페이지는커녕 사전 메뉴 공지조차 없었다. 점심 1~2시간 전쯤 전화를 걸어 그날 메뉴를 파악해 부장에게 보고했다. 부장 마음에 들면 종이식권을 들고 구내식당으로, 아니면 다른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사무실을 나서기 직전까지 어디로 향할지 모르니 명함지갑 속에 항상 종이식권을 챙겼다.

급식은 학교, 군대에서만 먹는 게 아니었다. 사회초년생 시절 꽤 오래 급식(구내식당)을 먹었다. 사진은 국군 장병들이 급식을 먹는 모습. /사진=뉴스1.급식은 학교, 군대에서만 먹는 게 아니었다. 사회초년생 시절 꽤 오래 급식(구내식당)을 먹었다. 사진은 국군 장병들이 급식을 먹는 모습. /사진=뉴스1.
애지중지했던 종이식권이 구시대 유물로 전락하고 있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을 스마트하게 바꾼 모바일 식권 시대가 열려서다. 현대인의 분신인 스마트폰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음식점에서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먹을 수 있다. 종이식권을 들고 구내식당에 늘어섰던 직장인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모바일 식권이 직장인 손에 돌려준 점심 선택권 덕분이다.



직장인들에게 '점심 해방감' 안긴 모바일식권
모바일 식권 '식권대장'을 사용하는 모습. /사진제공=벤디스.모바일 식권 '식권대장'을 사용하는 모습. /사진제공=벤디스.
모바일 식권이 가져온 효용은 다양하다. 종이 식권을 챙겨야 하는 불편이 사라진 것부터 음식점들의 '맛' 경쟁을 불러일으킨 것까지. 회사를 넘어 지역상권에 막대한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모바일 식권 도입으로 직장인들의 메뉴 선택권이 확대됐다. 구내 식당이나 회사가 직접 음식점들과 계약하는 기존 방식보다 이용할 수 있는 음식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같은 메뉴, 음식점을 강요한 종이 식권을 복지가 아닌 폭력으로 느꼈던 직원들에겐 엄청난 해방감으로 다가왔다. 밥 먹으러 갈 때마다 종이 식권이나 법인카드를 내야 하고, 영수증을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졌다. 점심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회사 이미지도 개선된다.



회사도 좋다. 제휴 음식점 확보와 식권 및 식대 관리·정산 등 식대 지원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모바일 식권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서다. 식권이 모바일로 들어오면서 식권깡(식권 현금화), 대리 사용, 분실 등 문제도 예방한다. 벤디스의 '식권대장' 고객사 설문 결과에 따르면, 고객사 190곳은 모바일 식권 도입으로 식대 관리 업무가 평균적으로 59% 줄었다. 식대 절감률은 18%다. 업무와 비용이 줄고, 직원 만족도가 높아지는 '1석 3조' 효과를 누리고 있다.

모바일 식권 '식신 e식권'을 도입한 한 기업의 식대 비용 절감 사례. /사진제공=식신.모바일 식권 '식신 e식권'을 도입한 한 기업의 식대 비용 절감 사례. /사진제공=식신.
회사 근처 음식점들은 새로운 기업 손님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물론 구내식당과 기존 제휴 음식점들은 기업 손님이 이탈하는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특정 기업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면 더 많은 매출 창출도 가능하다. 하지만 소상공인 입장에서 수많은 음식점들과 유치 경쟁에서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고객사를 확보한 모바일 식권 운영사와 협업해 잠재 손님 규모를 늘리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식권과 장부 관리, 식대 정산 등 번거로움도 해결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점주가 맛과 서비스 경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직원과 회사, 음식점 모두가 웃으려면 모바일 식권 기반이 넓어야 한다. 가맹 음식점이 적으면 직원들이, 고객사 직원 규모가 적으면 점주들이 불만을 품는다. 앱 설치가 상당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굳이 모바일 식권을 도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모바일 식권 운영사의 영업능력이 최대 경쟁력으로 꼽히는 이유다.


식권대장·식신·페이코 '경쟁'… '20조 시장' 열리나
[스바세]모바일 만난 '식권'… '점심의 자유' 가져오다
벤디스(식권대장), NHN페이코(페이코 식권), 식신(식신 e식권), 스마트올리브(올리브식권) 등이 모바일 식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특정 기업을 두고 입찰 경쟁을 벌이기보단 각자 전략을 앞세워 신규 고객사 확보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이들 모두 서울과 수도권 지역 고객사 비중이 상당히 높다. 아직 지방까지 모바일 식권 트렌드가 번지지 않은 결과다. 대규모 사용자 확보가 가능한 대기업,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모바일 식권 도입이 늘어나고 있어, 향후 업체들 간 직접적인 입찰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아직까지 모바일 식권 시장은 초기 단계다. 급속한 모바일 식권 보급과 함께 시장 규모가 급성장할 전망이다. 벤디스는 국내 기업 식대 시장을 연간 20조원 규모로 추산하면서 모바일 식권 시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벤디스의 추산은 직원당 월 평균 식대(10만2193원)와 상용 근로자 수(1498만5924명)에 근거한다. 잠재적인 모바일 식권 시장으로 분류되는 기업 단체급식 시장은 연간 5조원 이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7년 기준 국내 단체급식 시장을 15조원 이상, 이 가운데 기업 단체급식 시장을 5조원대 규모로 추정했다. 현재 모바일 식권별 연간 거래액이 수백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식권대장' 운영사 벤디스가 서비스 중인 '간식대장' 소개 이미지. /사진제공=벤디스.'식권대장' 운영사 벤디스가 서비스 중인 '간식대장' 소개 이미지. /사진제공=벤디스.
모바일 식권 업체들은 음식점에서 도시락 배달, 편의점, 케이터링 등 식대 사용처 확대와 신규 서비스 연계로 차별화에 나섰다. 2014년 식권대장 출시로 모바일 식권 시대를 연 벤디스는 올 3월 사무실 간식 솔루션 '간식대장'을 출시했다. 간식 스타트업 스낵24와 협업해 기업 간식 제공 및 관리를 전담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신은 조만간 배달 서비스를 선보여 식대 사용처를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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