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살아남자" 보험업, 성장 아닌 생존의 시대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0.01.03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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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금융시대]저금리·저성장·저출산 심화 속 생존 위기, "변해야 산다" 돌파구는

새해 보험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찾을 수 없다. ‘생존’에 대한 고민만 가득하다. 저금리·저성장·저출산의 삼중고가 심화하면서 살아남거나, 고사하거나 둘 중 하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크고 깊다.



◇저금리에 IFRS17, 출구없는 자본부담=보험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사상 최악의 초저금리다. 생보사는 과거에 팔았던 고금리 확정형 상품으로 금리 역마진에 시달린 지 오래다. 생보사가 판매한 고정금리 상품 중 연 5% 이상의 확정금리 상품은 6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생보사의 전체 보험료 적립금 중 연 5% 이상의 확정금리를 약속하고 받은 보험료도 약 30%로 추산된다. 반면 국내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률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5.0%에서 3.6%로 떨어졌다. 생보사의 금리부담이율이 평균 약 4%인 점을 감안하면 역마진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점은 출구도, 해법도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들 중 자칫 ‘망하는’ 회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국고채 5년물 금리가 1% 밑으로 떨어지면 생보사들이 무더기로 자본잠식에 빠질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금리가 하락할수록 자본확충 부담도 커진다. 오는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보험 판매 당시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와 신 지급여력제도인 킥스(K-ICS) 도입되면 금리가 0.1%(=10bp) 떨어질 때마다 보험부채가 수조원대씩 늘어날 수 있다. 금리가 0.1% 하락할 경우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 3사는 회사별로 부채가 8000억~1조원 씩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팔수록 적자에 팔 상품도 없다=초저금리로 영업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역성장도 현실화했다. 생명보험업계는 금리에 민감한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의 비중이 높은데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이 상품들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쉽지 않다.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은 최저보증이율을 제시하고 일정 수준의 금리를 내줘야 하는데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수익률을 올리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건강·상해보험 등 보장성 상품 위주로 주력 상품을 바꾸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손해보험사들은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인 손해율이 해마다 치솟아 ‘팔수록 적자’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정부도 속수무책이라 손해율은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영업을 축소하고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등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실적도 눈에 띄게 뒷걸음치고 있다. 지난해 생보사와 손보사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5% 급감했다. 자연스레 보험사들의 화두는 ‘성장’이 아니라 ‘생존’이 됐다. 대형사들은 앞다퉈 사업비 절감에 나섰고 조직 통폐합과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도 가시화하고 있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현재 보험사가 처한 저금리나 저성장 등의 상황은 구조적인 문제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과거에 해왔던 리스크 관리 등의 방식으로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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