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세밑에 읊조리는 40대 별곡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19.12.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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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나이를 잊고 지내다가도 새삼 체감하는 때가 세밑 즈음이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기업 임원 인사 명단을 보면 자연스레 나이가 떠올라서다. 올해도 단연 나이가 화제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LG그룹이 발표한 30대 임원은 '파격 인사'로 회자됐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이 깜짝 발탁한 심미진·임이란 두 여성 상무는 올해 각각 34살, 38살이다. LG (78,900원 ▲1,000 +1.28%)그룹은 40대 총수(구광모 회장)가 이끌고 있다.

최근 술자리에서 만난 친구들도 앉자마자 이 얘기부터 꺼냈다. 대기업에 몸담고 있지만 승진의 꿈을 버린 40대 중반 '아재'들이다. 지난해엔 나이 어린 팀장을 모시고 있는 갑갑함을, 올해는 퇴직하고 나가는 선배들의 쓸쓸함을 안주로 삼았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을 지난지 꽤 오래됐지만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40대 가장들'은 신문 헤드라인에 걸린 '세대교체·물갈이'란 말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사실 40대의 불안은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올해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수는 총 6750명으로 지난해(6843명) 보다 1.4% 줄었다. 최근 10년간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수도 2014년 7212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감소하고 있다.

고용 불안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주 통계청이 내놓은 '2019년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751만5000명으로 지난해 11월보다 33만1000명 늘었다.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고용률이 상승하면서 전체 고용률도 1982년 월간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치(61.7%)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취업자 수가 감소한 40대의 고용률은 78.4%로 22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 등이 부진한 탓에 40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우리 경제 주력인 40대의 고용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매우 아프다"며 "40대의 경제·사회적 처지를 충분히 살피고 다각도에서 맞춤형 고용지원정책을 마련하는 특별 대책이 절실하다"고 주문했을까.

더 큰 문제는 '40대 불안'의 끝이 보이지 않는데 있다. 대통령 지적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산업현장의 스마트화와 자동화는 40대 가장을 거리로 내몰 수 있다. 여기에 4차산업혁명의 본격화로 산업구조가 변화하면 40대가 설 수 있는 자리는 더 좁아질 수 있다.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늦기 전에 주변 40대 친구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담긴 전화라도 돌려야겠다. 어느 기업 사무실에 걸려있는 '오늘도 무사히'와 '존버(끈질기게 버티기)'의 위대함을 함께 나누면서.
[우보세]세밑에 읊조리는 40대 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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