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판 '시세이도', 日공장 짓고 불안해 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12.19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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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36년만에 일본으로 '유턴'한 일본 화장품 제조업체 시세이도가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우려하고 있다. '메이드 인 재팬' 인기가 늘면서 일본에 신공장까지 지었는데, 가동을 코앞에 두고 각종 악재가 덮치면서다.

18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시세이도가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는 24일 도치기현 오타와라시 나스공장을 가동을 앞두고 홍콩 시위와 한일 관계 악화 등 '예상치 못한 역풍'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세이도는 올 여름까지만 해도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중국에서 '메이드 인 재팬'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데다가 방일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자국내 수요도 크게 늘면서다. 시세이도는 이처럼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날린 매출은 지난 4분기 기준 500억엔(약 5300억원), 영업이익은 200억엔(약 2100억원))이라고 보고있다. 닛케이는 "같은 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083억엔(약 1조15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세이도가 놓친 물고기는 결코 작지 않다"고 전했다.

중저가 화장품이 대세가 되면서 기업 자체가 휘청였던 시세이도는 주가 역시 2016년초와 비교해 현재 7900엔대로 270%이상 폭등했다.



이 때문에 시세이도는 2년전 일본 신공장 준공 계획을 밝히고, 오는 24일 첫번째로 문을 열 나스공장에 대한 큰 기대감을 보여왔다. 시세이도 그룹의 우오타니 마사히코 회장 역시 "신공장이 3000억엔(약 3조2000억원)에 달하는 매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시세이도는 내년에는 이바라키공장, 2022년에는 구루메공장을 연달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투자한 금액만도 1700억엔(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신공장이 모두 가동되면 시세이도의 일본 내 공장은 6개로 늘어난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악재가 터지기 시작하면서 불안감이 퍼졌다.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7개월째 지속되는 데다가, 중국은 홍콩 관광을 금지하는 등 홍콩 시장이 완전히 침체된 것이다. 여기에 한일 관계 악화로 한국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것도 시세이도 매출에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실제 시세이도는 올해 12월 결산실적을 발표하면서 연결순이익이 당초 전망치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홍콩과 한국에서만 매출이 80~90억엔 가량 줄며 감소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게다가 화장품 제조는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제조와는 달리 화장품 색감과 입자가 제대로 분산됐는지 등을 감각적으로 판단해야 해 직원을 육성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공장 가동이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시세이도의 나스 공장은 350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3년에 걸려 1000명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공장의 생산량도 내년엔 3000만개, 내후년 9000만개, 2022년이 돼야 1억2000만개로 증가한다.


증권사들도 시세이도의 대규모 국내 투자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증권은 “대규모 투자 효과가 단기간 나오기 어렵다"고 했고, JP모간증권은 "증설 투자가 리스크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시세이도의 주가도 지난 10월말 연중 최고치와 비교하면 14%가량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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