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의 저주…'LCC' 누가 살아 남을까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19.12.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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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난기류' LCC, 구조조정 본격화 전망-너무 많은 항공사 '과당경쟁' 늪

"과연 이스타항공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려가 많았는데 지금은 항공여행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당시 이상직 이스타항공그룹 회장은 취항 2주년 간담회에서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2009년 시작된 이 회장의 고공비행은 10년 만에 마무리하게 됐다.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이 국내 5위 LCC 이스타항공을 전격 인수한다. 올해 역대 최악의 항공사 실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초 체력'이 약한 LCC 업계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출혈경쟁의 저주…'LCC' 누가 살아 남을까


동시다발 악재에 '적자 수렁' LCC
올해 국내 LCC는 적자 수렁에 빠졌다. 항공업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지난 3분기에도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

3분기 제주항공 (11,230원 ▲340 +3.12%)은 영업손실 17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진에어 (12,850원 ▲830 +6.91%)에어부산 (2,790원 ▲60 +2.20%)도 각각 131억원과 19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티웨이항공 역시 10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비상장사인 이스타항공·에어서울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 증가에 따른 경쟁 심화, 주요 수익원인 일본 노선 수요 급감으로 등이 주요 원인이다. LCC의 경우 일본 여행 감소에 따른 실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국제선 중 일본 노선의 비중이 LCC(42.7%)가 대형 항공사(FSC·20%)에 비해 더 큰 탓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외형 성장에만 급급했던 LCC 업계가 경기침체, 한일관계 악화 등 대외변수에 직격탄을 맞았다"며 "모기업의 지원이 없는 이스타항공이 첫 번째 주인공이 됐다"고 지적했다.

출혈경쟁의 저주…'LCC' 누가 살아 남을까

비상경영 이스타항공…제주항공에 '꿩 대신 닭'
실제로 지난 9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에 대한 매각설은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장기리 노선을 위한 도입한 보잉 737맥스 운항 중단 등 여파로 이스타항공은 올해 영업손실이 누적됐다.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면 항공사는 리스료와 정비비용, 보관료(주기비용) 등 항공기 1대당 월 수억원의 손실을 본다. 해당 기종을 운영하지 못하면서 운항 계획이 꼬이는 것은 물론 인력이 남는 것도 큰 부담이 된다.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도 했다. 이렇다 보니 2016년까지 자본잠식 상태였다가 2016~2018년 흑자를 낸 이스타항공은 올해 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매각을 위해 접촉하지 않은 항공사, 사모펀드 등이 없을 정도"라면서 "아시아나항공을 놓친 제주항공이 재빨리 방향을 바꿔 큰 돈을 투자하지 않고 효과를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출혈경쟁의 저주…'LCC' 누가 살아 남을까
항공산업 재편…누가 살아남을까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하 HDC 컨소시엄) 품으로 넘어간다. LCC 7개를 포함해 운항 중인 국내 항공사는 9개에 달한다. 여기에 에어로케이 등 신생 LCC 2개도 내년에 더해진다.

후발주자인 LCC들은 앞다퉈 공급을 늘렸다. 2014년 66기에 불과했던 LCC 보유 항공기는 지난해 145대로 2배 넘게 늘어났고, 올해에는 158대에 달한다. 공급을 경쟁적으로 늘렸으나 여행 수요는 정체됐다. 지난달 국내 공항을 통해 국제선을 이용한 여객은 700만25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줄었다. 국제선 이용객이 전년대비 감소한 것은 2017년 7월 이후 28개월 만이다.

이런 상황에 한국의 항공사 숫자는 경제규모에 비해 많다는 게 항공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항공 이동이 발달한 미국의 LCC 수도 9개에 불과하다. 국토 면적이 미국보다 큰 캐나다의 LCC 수는 4개다. 유럽에 있는 독일의 LCC 수는 5개다.

기존 LCC도 어려운데 새 LCC가 수익을 낼 만한 수요가 있느냐도 문제다. 단거리노선 공급과잉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통합 목소리는 꾸준히 나온다. 일부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장기적으로 LCC를 재매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앞으로 국내 항공사들은 계속 대형화되고, 인수합병을 통해 구조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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