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저점 다다른 건설株…"출구 안 보인다"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9.12.1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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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종 밸류에이션, 2000년 금융위기보다 낮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지난 16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leekb@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지난 16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건설업종이 지난 16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다시 한번 하락 모멘텀을 맞았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방안으로 정부의 주택 시장 규제 의지를 200%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방안의 정책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추가 규제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오전 11시 16분 현재 GS건설 (14,270원 ▲190 +1.35%)은 코스피 시장에서 전일 대비 300원(0.97%) 내린 3만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3일 52주 저점인 2만8950원을 기록한 뒤 소폭 상승했으나 전날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발표되자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GS건설의 현 주가 수준은 PBR(주가순자산비율) 0.68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대림산업 (49,600원 ▲1,100 +2.27%)은 같은 시간 전일 대비 1500원(1.65%) 내린 8만9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일 52주 저점 8만5800원을 기록한 뒤 소폭 회복했으나 다시 하락하고 있다. 지난 6월 52주 고점 대비로는 26.9% 하락한 수준이다.

현대건설 (32,400원 ▲1,050 +3.35%)도 전날 1.7% 하락한데 이어 이날도 전일 대비 1000원(2.32%) 내린 4만2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엔지니어링 (25,700원 ▲900 +3.63%)대우건설 (3,645원 ▲45 +1.25%)태영건설 (2,310원 ▲10 +0.43%)아이에스동서 (25,800원 ▲900 +3.61%) 등 주요건설주가 2%대 하락을 ㅣ기록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정부 정책 발표로 인해 저평가 상태에 머물던 건설업종 투자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스피 시장 내 건설업종 PBR 밸류에이션은 0.62배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0.68배 수준보다 낮아진 상황이다. 건설업종 평균 PER(주가수익비율) 배수 역시 6~7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방안은 LTV, 전세자금 대출을 비롯한 대출 규제부터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 분양가상한제, 시장 점검 등 갖가지 규제들이 총망라돼 발표됐다"며 "규제의 강도나 범위에 있어 주택시장 안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된 이후 건설업과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주요 건설사의 주가 역시 역사적 저점 부근에 다다랐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택시장안정화 방안'의 골자는 부동산 시장에 흘러드는 '돈줄'을 죄는 것이다. 17일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있는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선 아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금지됐다.

또 고가주택으로 분류되는 9억원 초과 주택은 초과분에 대해 오는 23일부터 담보인정비율(LTV)을 40%에서 20%로 낮출 예정이다. 현재는 주택가격에 상관없이 40%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대책 발표 이후 건설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김치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발표로 정부가 투기과열지구내에서 언제든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은 건설업종에 소폭 긍정적이나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인해 주택 신축·정비사업의 수익성은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오는 2020년 4월 이후 서울지역 주택공급 축소가 불가피해졌다"고 평가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신규주택 물량 제한적…'옐로칩'도 주목
일부에선 이번 정책으로 서울 주택가격이 하향 조정되더라도 건설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사 실적을 좌우하는 신규 분양의 경우 이번 정책 적용 대상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이 분양을 준비 중인 주요 지역에서는 이미 분양가상한제가 시행 중이었고, 주택가격이 하향된다고 하더라도 분양가상한제가 제시한 상한선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분양가상한제 적용시 시가 15억원 넘는 주택 비중이 적어 대출 규제에 따른 분양률 하락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LTV 강화로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구매가 어려워지면서 5~6억원대 아파트나 15억원 이하 아파트 등 '옐로칩'이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시적인 매물 출회로 기간 조정은 가능할 수 있지만, 옐로칩과 비조정지역 신축 등 투자 대안은 여전히 열려있다"며 "당장 건설사들의 신규공급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규 주택수주에 있어서는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송유림 연구원은 "부동산 규제는 건설업 투자심리에 분명 부정적인 요인이지만, 추가 규제로 부동산 시장 상황이 급랭한다고 해서 당장 건설사의 실적 악화로 직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 일정이 내년 상반기에 몰려있는 만큼 낮아진 주가수준에서 악재와 호재를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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