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만 부는 면세품 수출인도장…한달간 이용건수 0건 왜?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19.12.2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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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만 부는 면세품 수출인도장…한달간 이용건수 0건 왜?


한국 면세시장의 '큰 손' 따이궁(중국인 대리구매상)을 대상으로 한 수출인도장이 시범운영에 들어갔지만, 한달 넘도록 이용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인도장 관할기관인 관세청은 수출인도장을 도입하면서 가격, 개수 등 면세품 구매제한 해제라는 '당근'까지 제시했지만, 따이궁들은 수출 신고로 중국 당국의 추적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에 수출인도장을 외면하고 있다. 자칫 수출인도장이 따이궁들의 국내 면세시장 이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세청과 수출인도장 운영주체인 한국면세점협회는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정식 오픈까지 수출인도장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세부운영 방안을 손보겠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수출인도장 이용조건인 구매한도(국산 면세품 5000 달러 이상)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수출신고 부담된다"…파리만 날리는 수출인도장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출인도장이 지난 11월 1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28km 떨어진 인천광역시 서구 물류단지 내에 문을 열었지만, 현재까지 이용건수는 0건으로 나타났다. 인도장 기능을 위한 시스템을 충분히 갖췄지만, 수출인도장을 이용한 따이궁 등 외국인이 전무한 것이다.

현재는 시범운영 기간으로 외국인들의 수출인도장 이용이 강제사항은 아니다. 현재 국산 면세품을 대량 구매한 외국인은 현장인도와 수출인도장 중 하나를 선택해 면세품을 받아볼 수 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 정식 운영을 개시한 이후에는 국산 면세품 5000달러 이상을 구매한 외국인은 반드시 수출인도장을 이용해야한다.



수출인도장 도입은 현장 인도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외국인이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면세품을 구매할 경우 국산품에 한해 매장에서 받아볼 수 있다. 그동안 이렇게 현장 인도된 면세품이 불법적으로 국내에 유통되는 사례가 있었다. 수출인도장을 통해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관세청은 수출인도장을 통해 구매제한 해제라는 당근을 제시했다. 그동안 따이궁들은 시내면세점의 재고 한계로 인해 원하는 만큼 충분히 물건을 구매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출인도장을 이용하면 제조사에서 수출인도장으로 바로 보세운송이 되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구매 번호표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면세점 앞에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따이궁이 수출인도장 이용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수출신고 때문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수출인도장을 이용하면 반드시 수출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중국 당국의 눈을 피할 수 없다"며 "이는 면세점 매출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인도장 잘 나가는 면세업계 '독' 될라
수출신고에 가장 민감한 것은 개인형 따이궁이다. 따이궁은 기업형 따이궁과 개인형 따이궁으로 구분된다. 사업자등록이 되어있는 기업형 따이궁은 수입업자로 인정받는다. 중국 세관에도 면세품 구매 금액을 신고하고 있다. 때문에 수출신고로 인한 부담도 덜하다.

그러나 개인형 따이궁은 상황이 다르다. 개인형 따이궁은 면세품 구매금액에 대한 신고 의무가 없다. 면세 한도 8000위안(약 133만원)가 있지만, 지키지 않는다. 따이궁수가 워낙 많다보니 중국 세관이 눈을 감아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형 따이궁 입장에서 중국 당국의 추적을 받을 수 있는 수출신고를 반드시 해야하는 수출인도장 이용이 달가울리가 없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개인형 따이궁의 평균 구매 금액은 1만~2만 달러(약 1161만~2322만원)"라며 "결국 수출신고를 하고 수출인도장을 이용해야 한다. 국내 면세시장 70%를 차지하는 개인형 따이궁의 구매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형 따이궁들이 수출신고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구매 금액을 5000달러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세청과 한국면세점협회는 이에 따라 구매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매한도를 높여 개인형 따이궁들의 수출신고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내년 수출인도장 정식 오픈을 앞두고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 개정을 통해 이를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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