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200조 시대...증권업계가 뛴다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19.12.19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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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 연금이 답이다]증권사 자산관리 역량 발휘, 수익률 높이기에 총력

올해 퇴직연금 시장이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주요 증권사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저조한 수익률 탓에 '쥐꼬리 퇴직연금'이란 오명을 벗고 은행·보험사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연금사업 강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적극적 운용전략·차별화된 상품'이 강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퇴직연금 시장(적립금 190조원) 중 금융투자업권 비중은 19.3%(36조7000억원)로, 은행(50.7%), 생명보험(22.7%)을 추격 중이다. 삼성생명을 비롯해 4대 시중은행, 기업은행 등 상위 6개 대형 금융사가 퇴직연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적극적인 운용전략과 차별화된 상품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규모의 불리함을 적극적인 연금 운용을 통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로 극복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실적배당형 비중은 금융투자가 18.7%로, 은행(9.4%), 생명보험(5.2%), 손해보험(1.2%) 등을 크게 앞선다.



실적배당형 비중이 높은 금융투자업계의 10년간 연환산 수익률(총비용 차감 후)은 3.78%로, 손해보험(3.30%), 생명보험(3.21%), 은행(3.08%)을 앞선다. 지난해 주식시장 약세로 주식형 펀드가 악영향을 받으면서 금융투자업계의 연금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여전히 수익률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자산관리 역량을 발휘해 퇴직연금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퇴직연금 200조 시대...증권업계가 뛴다


◇자산관리 역량 발휘...수익률 제고에 총력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1월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이 9조4000억원에 달했다. 올들어 8000억원 가량 늘어난 실적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실적배당형상품 비중을 전체의 35%로 높였다. 퇴직연금 수익률 부진의 원인이 무관심과 원리금보장상품 중심의 운용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속적인 상품교체 등을 통해 수익률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2010년 8월 출시한 '퇴직연금 랩'은 자산운용 전문가가 고객의 연금자산을 알아서 관리해 주는 상품으로, 현재 2만여명의 고객, 약 9000억원의 운용자산을 관리 중이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분기 공시 퇴직연금 수익률에서 미래에셋대우는 적립금 상위 10개사 중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IRP(개인형퇴직연금)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장기수익률도 뛰어나다. 지난해 말 기준 공시 퇴직연금 10년 장기 수익률의 경우 미래에셋대우는 DB형에서 연 3.79%로 1위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눈에 띄는 강자다. 지난 11월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5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000억원 가량 늘어났다.

작은 것을 쌓아 큰 재산을 만든다는 의미의 ‘적소성대’(積小成大)를 연금사업의 모토로 삼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은 2018년말 기준 DC형 퇴직연금 10년 수익률 연 4.78%로 전체 사업자 중 1위를 기록했다. 최근 3년 증권업권 내 시장점유율 증가율도 가장 높았다.

한국투자증권은 DC, IRP 가입 고객을 위해 포트폴리오 자산관리 플랫폼을 가동 중이다. 장기성과에 집중해 변동성을 낮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기 위해 시황에 따라 추천포트폴리오를 신속하게 업데이트하고 간편하게 자산을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매 분기마다 추천 포트폴리오를 고객 SMS 및 이메일로 발송한다.

삼성증권은 지난 3분기 IRP 잔고가 1조원을 넘어선 후 1개월 만에 퇴직연금 총 잔고가 4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성장의 비결에는 DB, DC, IRP 부문의 유기적 선순환이 꼽힌다. 타사 대비 삼성증권은 각 유형별 잔고 편차가 적은데, 이는 근속 중 DB, DC형 퇴직연금에서 우수한 수익률과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들이 퇴직 후에도 삼성증권에서 IRP를 개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삼성증권은 DB형 부문에서 올해 3개 분기 연속 ‘직전 1년간 수익률’ 증권업계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분과 3분기에는 각각 2.13%, 2.15%의 수익률로 전 금융권 DB형 퇴직연금 사업자 41곳 중 톱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의 비결은 DB형 퇴직연금 운용 전략인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컨설팅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법인고객의 퇴직부채 적립비율 변동성을 관리하면서도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편입,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맞춤형 운용 솔루션이다.

NH투자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달 말 기준 3조원에 육박한다. 대표 상품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산선택 스코어링 시스템’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QV솔루션 펀드시리즈'다. 리서치 역량을 결합한 글로벌 자산배분 핵심 포트폴리오 재간접펀드 상품으로,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매월 자산전략배분위원회를 개최해 자산 래밸런싱을 실시하며, 고객의 성향, 자금 유형별 리스크를 조정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NH투자증권은 DB, IRP 수수료를 인하해 가입법인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고, 고용노동부가 인증한 강소기업에는 50% 할인을 추가로 제공한다. 또 장기가입 할인율은 2~4차년 10%, 5~10차년 15%, 11차년도 이상 20% 등 가입연차별 할인율도 각각 2~5%포인트 인상했다.

KB증권은 지난 11월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이 1조7593억원에 달했다. KB증권은 차별화된 연금자산 컨설팅을 위해 KB국민은행과 KB증권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는 ‘자산관리 전략위원회’를 통해 자산군별로 시장상황을 분석하고 리서치를 통해 최적의 전략을 제시한다. 또 장단기 투자비중, 펀드 성과 및 위험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운용전략을 변경하고 수시 리밸런싱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증권업계 최초로 퇴직연금 수수료를 인하했고, IRP 가입자 중 연금을 수령하는 고객에 대해 운용관리수수료를 면제했다. 또 기업고객 부담 경감을 위해 DB 수수료율을 인하했다. 향후 고객이 가입한 연금상품에 손실이 발생하면 수수료를 감면하는 등 고객수익률을 반영한 수수료 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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