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연달아 쾅쾅쾅…'블랙아이스' 큰 사고 막는 운전법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12.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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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이슈+] 주말 2곳서 39명 사상자 발생…안전거리 확보, 미끄러질 때 핸들 돌리면 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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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새벽 경북 군위군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도로 결빙으로 인한 다중추돌 사고로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 2건의 사고로 40여대의 차량이 뒤엉키며 상주영천고속도로 양방향이 한때 마비됐다./사진=뉴스1지난 14일 새벽 경북 군위군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도로 결빙으로 인한 다중추돌 사고로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 2건의 사고로 40여대의 차량이 뒤엉키며 상주영천고속도로 양방향이 한때 마비됐다./사진=뉴스1


지난 주말 상주-영천 고속도로에서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해 수십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고의 원인으로 '블랙 아이스'(Black ice)가 지목됐다.

블랙 아이스는 도로 위에 녹아있던 눈 또는 비가 기온이 내려가면서 빙판으로 변하는 현상을 뜻한다. 얼음이 아주 얇고 투명해 검은색 아스팔트의 색이 그대로 드러나 '블랙 아이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일반 빙판길과 다르게 맨눈으로 구분이 어려워 블랙 아이스로 인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침묵의 암살자 '블랙 아이스', 39명 사상자 냈다
39명의 사상자를 낸 블랙 아이스 사고는 지난 14일 발생했다. 이날 오전 4시44분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방향 26km 지점 달산1교 다리에서 차량 21대가 잇따라 부딪혔다. 사고 충격으로 화물차 등 10여대에 화재가 발생해 운전자 등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2명은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각, 반대쪽인 영천-상주 방향 상주기점 30.8km 지점에서 차량 22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을 당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 사고가 블랙 아이스로 인해 차량들이 미끄러져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난 상주지역은 당시 블랙 아이스가 만들어지기 위한 조건을 갖춘 상태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상주에는 새벽까지 0.7mm의 비가 내렸다. 기온도 영하 1.5~0도로 떨어져 비로 인해 형성된 도로 위 수막이 블랙 아이스로 바뀔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었다.

같은 날 충북에서도 블랙 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가 이어졌다. 충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28분쯤 영동군 삼천면 각계리 4번 국도에서 화물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뒤따르던 차량 6대가 추돌했다. 이 사고로 화물차 운전기사 A씨(60) 등 2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이어 오전 8시20분쯤엔 영동읍 봉현리 도로에서 택시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전복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15일에는 블랙 아이스로 인해 차량 20여대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났다. 이날 아침 광주-원주 고속도로 동양평 나들목 근처에서 40여분 만에 차량 20여 대가 연쇄 추돌하면서 80대 여성 등 3명이 다쳤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SS)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2018년) 도로 결빙 및 서리로 인한 교통사고는 3863건, 사망자는 105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쌓인 눈으로 인한 교통사고(2207건)보다 더 많은 건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망자 수(38명)는 약 2.7배다.

블랙 아이스 사고 막을 기술 있지만…
블랙 아이스 사고가 잇따르며 예방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블랙 아이스 사고를 예방 및 대비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 있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원) 도로연구소는 지난해 2월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블랙 아이스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차량 운행 속도와 가속도, 엔진 회전 속도(RPM),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 브레이크 사용 여부 등을 기록하는 차량운행기록계(DTG)를 이용해 빙판을 감지, 블랙 아이스 구간을 실시간으로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건기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DTG를 달고 운행하는 차량은 약 40만대다. 이들 차량이 노면 미끄럼 정보 등 도로 상황을 제공한다면 정확성을 갖춰 블랙 아이스 사고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데이터를 전송할 장치가 갖춰져 있지 않는 등 관련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 아래 열선을 깔거나 온수 파이프를 설치해 블랙 아이스를 녹이는 방법도 있지만 문제는 '돈'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가장 확실한 대책은 도로에 열선을 넣는 것"이라면서도 "도로에 열선을 처리한다는 건 그만큼 도로 설치비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결빙지역을 수시로 관리하고 미끄럼 방지대책을 만들어 놓는 것도 다 비용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터널·지하도·고가도로 등 블랙 아이스 생기기 쉬운 도로서 감속운전 필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블랙 아이스 문제는 당장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무엇보다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소방당국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블랙 아이스 사고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겨울철 안전거리 확보와 감속운전이다. 특히 햇빛이 들지 않아 블랙 아이스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터널과 지하도 등에선 감속운전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또 교량과 고가도로는 일반도로에 비해 빨리 차가워지기 때문에 블랙 아이스가 쉽게 생길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만약 블랙 아이스가 만들어진 도로 위에서 미끄러지거나 앞차가 미끄러져서 피해야 한다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양손으로 운전대를 잡은 뒤 최대한 차가 흐르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좋다. 핸들을 크게 돌리거나 브레이크는 밟으면 차량을 통제하기 어려워져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앞차와의 안전거리는 최대한 확보해둬야 한다.

한편 건기원은 도로 표면의 온도 변화 패턴을 예측해 노면 결빙 위험 정보를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양충헌 박사는 "'노면온도변화 패턴 예측 시스템'으로 운전자들에게 노면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 겨울철 안전 운행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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