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3억' 韓조종사 모셔간 中…'보잉 사고'에 일손 남는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김수현 기자 2019.12.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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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항공사 '737맥스' 운행 중단에 인력 과잉…외국인 조종사 채용 감소

미국 시애틀의 보잉 737맥스 기종. /사진=APF미국 시애틀의 보잉 737맥스 기종. /사진=APF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사의 '737맥스' 운행 중단으로 중국 항공사의 외국인 항공기 조종사 채용이 줄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비행기 조종사 구인·구직업체 와신크 인터내셔널을 인용해 중국 항공사 28개 중 7~8개만 조종사를 채용 중이라고 전했다. 데이브 로스 와신크 인터내셔널 대표는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들 항공사 대부분은 보잉 737맥스의 운행 중단으로 인원이 과잉인 상태"라며 "고용 규모의 큰 변동이 없는 곳들은 A320(보잉의 경쟁사 에어버스가 만든 기종) 운행사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잉 737맥스는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와 올해 3월 에티오피아에서 두 차례의 추락사고 이후 운항이 중지된 기종이다. 이들 사고에서만 무려 각각 189명, 157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중국은 해외 조종사에게 고액 연봉이 보장되던 곳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보잉기 운행 외국인 조종사들은 원래 중국 항공사가 제시하는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 이상의 연봉과 수십개의 일자리 제안 중에서 고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의 해외여행 증가로 항공기 수요는 늘었으나, 이를 운항할 만한 숙련된 조종사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인 항공기 이용객은 15.2% 늘어난 6억7000만명에 달해, 미국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자료)

이에 따라 중국 항공사들은 외국인 조종사 영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중국민용항공총국(CAAC)에 따르면 중국 항공사에 고용된 외국인 조종사는 2016년 말 기준 1005명으로, 2010년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그러나 737맥스의 운행 중단은 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737맥스는 해당 기종의 20%가량을 중국 항공사가 구매·주문했을 정도로 특히 중국 항공사에 인기가 많던 기종이다. 항공기 주문량에 맞춰 보잉기 조종사를 채용해온 중국 회사 측에서는 오히려 인력이 남게 된 상황이다. 통신은 "고용 가뭄은 규제 당국이 맥스의 운행을 재허가하고, 보잉이 다시 수주를 재개할 때까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올해 중국 항공사는 737맥스 항공기를 76대 받았고, 주문에 따라 181개를 추가로 수주할 예정이다.

외국인 조종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항공사들의 노력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민용항공총국(CAAC)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정식 면허를 취득한 상업용 항공기 조종사 수는 6만1492명으로, 2014년보다 54% 늘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국내 조종사 수가 늘었다 하더라도, 전체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잉사 자체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20년 이내에 8090대의 신규 비행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들 비행기를 모두 운행하려면 최소 12만4000명의 비행기 조종사가 더 있어야 하는데, 이는 매주 119명을 20년 동안 신규 채용해야 충족할 수 있는 숫자다.


한편,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737맥스의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보잉 이사회에서 생산 중단 결정이 유력하게 논의됐다고 전했다. 보잉은 당초 737맥스 기종의 연내 운항을 재개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이를 포기했다. CNBC는 "최근 10년간 항공기 발주는 최대 호황을 맞았으나 향후 10년은 최악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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