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성폭행', 아이들이 변한 3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박준이 인턴기자 2019.12.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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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어린이집 사건 후]②미디어 환경, 성교육 터부시, 실효성 있는 성교육 부재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학계와 현장의 교육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유아 성폭력' 문제가 비단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증가하는 성범죄에 대한 두려움, 자극적인 미디어 환경, 부모의 올바른 성 인식 부재… 결국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전반의 문제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아이들을 달라지게 했을까.
무엇이 아이들을 변하게 만드나
사진=각사 앱(어플리케이션) 로고사진=각사 앱(어플리케이션) 로고
아이들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 주요 요인은 미디어 환경이다.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 세대'라고 불린다. 많은 아이들이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고,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유튜브·SNS 콘텐츠를 시청하는 데 소비한다. 어린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자료에 따르면 영유아의 53%가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최초 이용 시기는 평균 2.27세로 만 3세가 되기 전에 이미 스마트폰에 노출된다.



문제는 유튜브와 SNS엔 다양한 연령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유튜브의 경우, 19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유해 성인물 콘텐츠 시청 통제가 이뤄지고 부모가 '제한 모드' 등을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연령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콘텐츠를 보는 경우, 부모의 아이디로 로그인하는 경우, 다른 아이들과 함께 시청하는 경우 등 모든 접촉을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도 다르지 않다. SNS에 올라오는 자극적인 콘텐츠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음란물에 영유아 아동들은 언제든지 노출될 수 있다. 한세영 이화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어린아이들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며 "실제 미디어 접촉에 대한 안전장치까지 신경 쓰는 부모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로그인 없이 '성'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화면/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 로그인 없이 '성'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화면/사진=유튜브 캡처
다음으로는 성교육을 터부시하는 부모들의 인식이다.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부모들의 성교육에 대한 인식은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ㄱ원장은 "여전히 아이 부모들이 성을 '불결한 것'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영유아 시기 신체 교육이 충분히 이뤄져야 할 시기에 부모들이 성교육을 소홀히 하고 어린이집·유치원에 의존하면 왜곡된 성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요즘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 욕심이 아이의 발달과 인지상의 간극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ㄱ원장은 "요즘 부모들은 영유아 아동이 자신의 신체를 탐색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며 "외국어, 교과 학습 등이 이뤄지기 전에 기본적인 신체 교육과 인성 교육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실효성 있는 성교육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현재 어린이집 아동 교육은 교육부에서 정한 '표준보육과정'을 따른다. 영유아 단계에서는 '소중한 나'와 '안전' 부분에서 성과 신체에 대한 지식을 포괄적으로 가르친다. 영유아는 아직 구체적인 성교육보다, 나에 대한 탐구가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 시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범죄 피해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유아 시기부터 올바른 성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표준보육과정 상 성폭력 예방 교육의 경우 아동이 학대·성폭력·실종·유괴상황 시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 등 '대처' 차원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공 대표는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안 돼요' '싫어요' 만으로는 자기 몸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사회 변화에 맞는 새로운 인식·제도 필요해
아이들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의 아이들 역시 예전 아이들의 모습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의 변화 속도에 맞게 새로운 인식을 확립하고 교육 시스템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맞는 체계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성폭력 또는 유사행동은 절대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사건들을 전부 아이들의 책임으로만 볼 수 없다"며 "아이들에게 특정 행위가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시킬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공 대표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성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부모들이 내 아이를 감싸거나 문제를 외면하기만 하는 교육이 아이에게 좋은 교육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무조건 아이들을 '범죄자'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은 지양될 필요가 있다는 게 현장 교육전문가들의 시각이다. ㄱ원장은 "영유아의 성 문제는 일반 성인의 문제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영유아 아동의 행동을 성인의 '성적 행위'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낙인찍기 행위로 변질돼, 아이들을 잘못된 어른으로 성장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 아동에게 책임을 지우고 경계할 것이 아니라, 부모와 사회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아이가 자라나는 가정과 주변 환경을 가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모습은 곧 어른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가정과 사회의 충분한 관심과 보살핌 없이 아이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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