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이익둔화'…'기업시민' 강조하는 최정우號 포스코의 고민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9.12.1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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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100대 개혁과제' 시행 1년…'기업시민' 경영이념 성과에도 영업이익 20% 감소로 빛바래

'4년만에 이익둔화'…'기업시민' 강조하는 최정우號 포스코의 고민


최정우 포스코 (395,500원 ▼500 -0.13%) 회장이 지난해 11월, 취임 100일을 맞아 발표한 '100대 개혁과제'의 1년 성적표를 내놨다. 재무성과 1조2400억원, 기업시민 경영이념 체계화 등을 성과로 내세웠다.

하지만 기업 성과의 핵심 척도인 실적에서 4년 만에 둔화가 확실시된다. 본업인 철강 사업을 둘러싼 내년 환경도 만만치 않아 실적 관리가 '발등의 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이사회에 '100대 개혁과제' 성과를 보고하고 이를 기반으로 변화와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기업시민이라는 새 경영이념을 기반으로 함께 도전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 변화를 체감한 게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100대 개혁과제'의 재무성과가 1조24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 기업시민 경영이념의 체계화, 내재화를 핵심성과로 제시했다.

포스코가 이 같은 100대 개혁과제 1년 성과를 내놓은 까닭은 올해 말이 지난해 7월 취임한 최 회장이 온전히 한 해를 평가받을 시점이어서다. 재계 일각에서는 "새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지속가능 경영의 발판을 마련한 한 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최 회장의 올해 행보는 기업시민 경영이념 정착에 집중됐다.

하지만 최 회장이 '의식 전환' 작업에 주력하는 사이에 실적은 급격히 둔화됐다. 올해 1~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포스코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2.5% 감소한 3조3113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4년 만에 전년대비 감소 전환이 확실시된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내놓은 포스코의 올해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23.8% 감소한 4조2239억원이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두자릿수 이익 감소'와 '4년 만의 실적 위축'이라는 상징성 이상으로 불안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4조9278억원이었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져 현재 4조2239억원으로 주저앉았다.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올해보다 낮은 4조2044억원이다. 실적 둔화가 올해를 넘어 추세화될 가능성이 높다.

실적 부진은 철강 산업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탓이 크다. 무엇보다 전 세계 조강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 중국의 질적 도약이 진행 중이다. 전 세계 조강생산의 2.5%에 불과한 포스코로서는 규모를 통해 이익을 키우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2000년대 초반 30%에 육박했던 포스코 영업이익률이 지속 떨어져 지금은 두자릿수 수성도 버거운 이유가 여기 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직면했다. '산업의 쌀'을 생산하는 철강업에 저성장은 치명적이다. 브라질 댐 붕괴로 촉발된 국제 철광석 가격 급등까지 겹쳤다.

하지만 외생 변수를 감안해도 올해 실적은 아쉽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특히 최 회장은 포스코 사상 첫 '재무통' 회장이기 때문이다.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최 회장 후보는 포스코와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건설, 포스코대우, 포스코켐텍 등에서 기획과 재무 업무를 주로 맡았다. '숫자'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우는 스타일이다.

글로벌 철강 산업 구조 격변기에는 기업 경영이념 정립 이상으로 '실적 관리' 부분 역시 중요하다는 점이 재무통인 그가 회장직에 발탁된 배경이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소재 등에서 철강을 넘어선 해법을 찾는 것은 사실 최 회장 전임 때부터 진행되던 것"이라며 "기업시민 등 기업이념 정립은 장기적으로 가치있는 일이지만 실적개선과 신성장동력 발굴 등 사업 부문에서의 성과에 집중할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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