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시계 멈춘 삼성, 전략회의 화두는 '위기극복'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12.1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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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부터 닷새간 내년 삼성전자 경영전략 밑그림 논의…2016년 이후 또다시 임원인사 전에 회의 개최

삼성전자 (80,800원 ▲1,000 +1.25%)가 16일부터 닷새 동안 사업부문별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반도체 산업 위기극복과 인공지능·5G(5세대 이동통신) 등 미래 성장전략에 대한 중간점검에 나선다. 연말 임원인사가 기한없이 미뤄지면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인사와 무관하게 내년 경영전략의 밑그림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매년 6월과 12월 열리는 이 회의는 국내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 400여명의 삼성전자 임원이 한 자리에 모여 부문별 전략을 논의, 확정하는 자리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스마트폰·무선사업 IM(IT&모바일), TV·생활가전 CE(소비자가전), 경영 전반의 전사로 나눠 각 사업부문장 주재로 수원·화성·기흥사업장 등에서 외부인을 차단한 채 비공개로 열린다.

메모리 업황·시스템 1위 전략 점검…'AI·자율주행' 성장동력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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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의는 16~18일 IM(고동진 사장), CE(김현석 사장), 전사 부문부터 시작한다. DS 부문(김기남 부회장)은 18~20일 회의를 연다.



올해도 관심은 김기남 부회장이 이끄는 DS 부문에 집중된다. 지난해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다 올해 줄곧 부진한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내년에는 반등할지가 관건이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부진이 지속되면 매년 수십조원을 쏟아붓는 투자를 지속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올해 투자 규모를 하반기 들어서야 확정했고 내년 투자도 윤곽 정도만 그려놓은 상태다.

지난 4월 발표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전략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한 1위 업체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올해 초 30%포인트 안팎까지 줄였다가 최근 다시 차이가 벌어져 대책이 시급하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일본 소니와 선두권을 다투는 이미지센서 강화도 중요하다.

IM 부문에서는 내년 2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리는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20'에서 공개할 '갤럭시S11'과 폴더블폰 후속작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첫 폴더블폰 '갤럭시폴드'가 흥행몰이에 성공해,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기술 개발과 마케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5G 시장 선점 방안도 핵심 논의사항이다.


올 상반기 국내 회의를 생략했던 CE 부문은 다음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0' 준비상황을 준비하고 시장 화두로 떠오른 8K TV 선점 전략 등을 점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인공지능·IoT(사물인터넷)·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대책과 1차 봉합 수순에 들어간 미중무역전쟁 대응 방안도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임원인사 여전히 오리무중…이재용 부회장 참석 불투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삼성전자 온양캠퍼스를 방문, 현장경영에 나섰다. 앞줄 오른쪽부터 이 부회장,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백홍주 TSP총괄 부사장. /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삼성전자 온양캠퍼스를 방문, 현장경영에 나섰다. 앞줄 오른쪽부터 이 부회장,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백홍주 TSP총괄 부사장. /사진제공=삼성전자
당초 12월 초로 예상됐던 정기 임원인사가 지연되면서 일각에서는 글로벌 전략회의도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인사와 상관없이 회의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한 것은 삼성전자가 시장 상황을 그만큼 절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임원인사 전에 글로벌 전략회의가 열리는 것은 '최순실 게이트'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위기에 놓였던 2016년 이후 처음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각 사업부문장이 주재한다는 점에서 임원인사에서 부문장 모두가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이 부회장이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회의에도 불참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그룹 계열사 임원인사가 늦어지는 데 대해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분식회계 사건,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 등에 대한 재판 등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사업전략과 조직개편에 관련된 인사 경영 판단이 법정일정에 휘둘릴 만큼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큰 폭의 인사개편을 고민하고 있다는 관측도 적잖다.

실적 책임론이 불거질 상황은 아니지만 2017년 쇄신인사 이후 지난해 안정 기조의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는 광폭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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