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배달의민족' 5조 빅딜 신화에 웃고우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김지영 기자 2019.12.15 14:00
글자크기

[DH 배달 천하] 김봉진 대표 비롯 해외 투자자 '방긋'…치킨집 사장님과 마니아는 '울상'

편집자주 [편집자주]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팔린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등 경영진과 투자사들은 40억 달러(약4조7500억원) 규모의 잭팟을 터트리게 됐다. 이번 딜은  아시아 음식 배달 시장을 평정해보겠다는 한국-독일 동맹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국내 배달 시장에선 DH 계열사들의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가 많다. '배달 빅딜'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를 알아봤다.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되는 가운데 우아한형제들 투자사들 중 가장 크게 웃는 사람은 바로 김봉진 대표다. 김 대표를 포함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13%는 추후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된다. 이에 김 대표는 DH 경영진 가운데 개인 최대 주주가 되는 동시에 DH와 설립할 합작회사(JV)의 회장을 맡아 DH의 아시아 사업 운영을 맡는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우아한형제들이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되는 가운데 우아한형제들 투자사들 중 가장 크게 웃는 사람은 바로 김봉진 대표다. 김 대표를 포함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13%는 추후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된다. 이에 김 대표는 DH 경영진 가운데 개인 최대 주주가 되는 동시에 DH와 설립할 합작회사(JV)의 회장을 맡아 DH의 아시아 사업 운영을 맡는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로 스타트업 투자업계는 물론 국내 배달 앱 시장에 메가톤급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려 5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성공적인 엑시트(투자회수)로 국내 벤처투자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반면 국내 배달 앱 시장은 DH 계열 회사로 평정되며 독과점 논란이 우려되고 있다. 빅딜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리는 이유다. 함박웃음이 터진 이들이 있는 반면, 우려의 한숨을 쉬는 이들도 있다. 과연 이번 빅딜로 누가 웃고 누가 울게 될까.

[덜덜덜]불안한 치킨마니아와 치킨집… "이젠 선물 안 줄까?"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갑작스런 한가족 소식에 치킨 마니아(배달음식 소비자), 치킨집 사장님(배달음식점주)들은 불안에 떤다. 어제까지 으르렁대던 맞수가 이제 맞손을 잡겠다니. 마니아와 사장님들을 포섭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선물 공세를 펼쳤던 태도가 차갑게 돌아서진 않을까 걱정한다. 우아한형제들 인수로 DH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국내 1~3위 배달음식 앱을 모두 확보, 사실상 시장을 독식하게 된다. 인수 이후 독자 경영체제를 유지한다고 하지만 경쟁 강도는 크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잡은 물고기엔 먹이를 주지 않는다’란 말처럼 소비자, 점주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



그동안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소비자와 점주에게 끊임없이 당근을 내밀었다. 소비자 유치를 위한 대규모 마케팅과 할인쿠폰 뿌리기가 일상처럼 이뤄졌다. 요기요가 올 8월 시작한 정기할인 구독 서비스 ‘슈퍼클럽’이 대표적이다. 슈퍼클럽 가입자는 매달 9900원을 결정하고 월 10회, 3000원씩 자동할인된 가격으로 주문할 수 있다. 매달 최대 2만100원을 벌 수 있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이다. 요기요는 8월 가입자를 대상으로 3개월 동안 구독료를 절반만 받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출시 1주일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점주 수수료 부담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것 역시 치열한 경쟁체제의 결과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수수료에 손을 댄 이유는 상대 서비스보다 더 많은 점주를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배달의민족은 2015년 ‘수수료 0%’를 선언하며 주문건당 일반 중개수수료를 폐지했다. 최근에는 광고(오픈서비스) 중개수수료를 6.8%에서 5.8%로 낮췄다. 요기요는 지난해 11월부터 1만원 이하 주문에 대한 수수료를 없앴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한가족 서비스로 재편되면 아무래도 이같은 경쟁은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치느님’을 모시고 달리는 배달원들도 긴장하고 있다.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근무환경과 처우가 악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번진다. 배달원으로 구성된 라이더유니온은 우아한형제들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일방적인 근무조건 변경을 일삼는 두 회사의 통합이 라이더들에게 피해를 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달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앞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에 안전은 없다' 기자회견에서 손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배달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앞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에 안전은 없다' 기자회견에서 손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하하하]'돈방석' 앉은 투자자, 엑시트·글로벌 잡은 김봉진
DH가 우아한형제들 기업가치를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평가하면서, 초창기부터 투자해왔던 곳들은 거액의 투자수익을 얻게 됐다.

DH가 직접 사들이는 우아한형제들 투자사 주식은 전체의 87%(4조800억원)에 달한다. 힐하우스캐피탈,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 싱가포르투자청 등 주로 해외 투자사들이 우아한형제들에 투자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이끄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가 우아한형제들의 첫 투자자다.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 네이버도 2017년 350억원을 투자했다.


누구보다 최대 수혜자는 창업자 김봉진 대표다. 김 대표를 포함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주식 13%는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된다. 우아한형제들 기업가치 기준으로 환산하면 6000억원에 달한다. 우아한형제들 초기 자본금 3000만원의 2만배에 달하는 거액이다. 다만 김 대표가 DH 경영진으로 합류하기 때문에 당장 현금화하긴 어렵다.

대신 김 대표는 글로벌 경영자 반열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김 대표는 우아한형제들과 DH가 싱가포르에 설립하는 합작사 우아DH아시아 회장으로 취임한다. 베트남과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12개국 사업을 총괄한다. 김 대표는 DH 본사에 구성된 글로벌 자문위원회 멤버 3명 중 1명이 됐다.

니클라스 외스트버그 CEO(최고경영자)와 에마누엘 토마신 CTO(최고기술책임자)와 함께 DH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한다. 김 대표는 인수가 완료되면 DH 경영진 중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다.

[MT리포트]'배달의민족' 5조 빅딜 신화에 웃고우는 사람들
[뒤숭숭] 전쟁하다 예고없이 한지붕 두가족된 두 회사 직원들
하루 아침에 한가족이 된 두 회사 직원들은 당혹스럽다. DH가 우아한형제들과 DH 코리아의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직원들의 불안감은 상당하다. 최대 경쟁상대와 한 배를 탄 만큼 마케팅을 비롯한 운영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 공격적인 인재 채용 행보 역시 멈출 수 있다. 장기적으로 한 회사로 합칠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우아한형제들이 상장 대신 매각을 택하면서 스톡옵션 등 두둑한 성과금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김봉진 대표와 함께 달려왔던 임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을 빠른 기세로 추격해온 DH 코리아 임직원들도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 DH 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M&A는 본사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DH코리아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고 임직원 대부분이 이 사실을 몰랐다”며 “대주주 변경, 글로벌 사업 확대 등 구조적 변화에 대해선 앞으로 준비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글부글]느닷없이 우리가 왜?… 난데없이 화살 맞은 기업은
이번 빅딜 발표에서 날벼락을 맞은 곳도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DH와 합작사 설립에 대해 설명하면서 “변화하는 시장 환경이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배달의민족은 토종 애플리케이션으로 국내 배달 앱 1위에 올랐지만, 최근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와 국내 대형 IT플랫폼 등의 잇단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누가 봐도 C사는 최근 ‘쿠팡이츠’로 음식배달 사업에 뛰어든 쿠팡이다. 합작사는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면서, 국내 상황과 C사 아니 쿠팡만 거론한 이유는 뭘까.

이어지는 내용이 가관이다. 기업 보도자료에서 보기 어려운 업계 관계자가 등장해 쿠팡을 공격한다. “일본계 자본을 업은 C사의 경우 각종 온라인 시장을 파괴하는 역할을 많이 해 왔다.”, “국내외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게 IT 업계의 현실이다.”, “이 같은 위기감이 글로벌 연합군 결성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독일 기업으로 매각을 부정적인 바라보는 여론을 의식해 보충한 내용으로 보인다. 그런데 구차하게 쿠팡을 언급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미 해외 투자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을 순수 토종 앱으로 보긴 어렵다. 업계에선 “스스로 이번 빅딜의 가치를 평가절하했다”고 씁쓸해한다.

우아한형제들은 5월 쿠팡을 쿠팡이츠 영업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행위를 펼쳤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에 신고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이 자사의 ‘배민라이더스’와 계약을 해지하고 독점 계약 체결 시 수수료 대폭 할인, 최대 수천만원 현금 보상(매출 하락 시)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분쟁조정을 거쳐 우아한형제들이 신고를 철회하면서 두 회사의 갈등이 해소됐다. 하지만 아직 우아한형제들의 앙금이 남아 있었나 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