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블리 / 사진=이지혜기자
수사기록 등 증거자료는 피고인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변호인측은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나 각종 증거목록 등을 복사해 그것을 토대로 방어전략을 구상해 나간다. 증거자료 열람·복사의 범위와 가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측이 매번 대립하는 이유다.
복사가 끝난 증거자료는 담당 실무관들이 한번 더 검토한다. 종이가 겹쳐서 복사되진 않았는지, 허가되지 않은 부분이 복사되지는 않았는지 살펴보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사건 관계인 개인정보가 포함된 부분이 있으면 칼이나 가위로 해당 부분을 오려내기도 한다. 이렇게 오려진 부분이 있는 복사본은 변호인측에서 PDF파일 등으로 전자화시키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한다. 일반적인 스캐너가 종이로 인식을 하지 못해 업체에 맡겨 한장씩 스캔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증거자료 열람·복사에 소요되는 비효율적인 노고를 줄이기 위해 법조계에서는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임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찰 수사기록의 양을 줄이기 위해 문답식 조서 탈피를 꾀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진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증거자료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계속 종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조응천 의원이 지난 10월말 대표발의한 '형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형사소송에서 검사나 피고인·변호인 등이 법원에 제출할 서류를 전자문서로 제출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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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과학기술이 발달한 21세기에 이렇게 기록을 전부 종이로 작성해 이용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비록 아직까진 종이로 보는 것이 가독성 측면에서 낫긴 하지만 재판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위해선 형사사건 기록 전자화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