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화연구 일인자 "저비용 장수사회로 가야 나라가 산다"

머니투데이 대담=양영권 경제부장, 정리=안재용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머니투데이머니투데이 2019.12.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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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 초대석]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60세부터 2차 의무교육해 노후 대비하도록 해야"

2019.12.12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초대석 인터뷰/사진=이동훈 기자2019.12.12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초대석 인터뷰/사진=이동훈 기자


"나이 든 사람이 많아집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전부 수혜·복지 대상자로 만들어야 할까요. 그렇게 하면 나라가 망합니다. 장수사회가 가장 추구해야 할 것은 저비용 장수사회입니다."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올해 14.9%에서 2025년 20.1%로 높아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기획예산처 추산에 따르면 복지 지출은 올해 160조7000억원(본예산 기준)에서 2050년 350조원으로 치솟는다.



국내 노화연구 선구자이자 1인자인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가 장수사회는 바람직하지만 '고비용'사회는 답이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12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재벌 회장에게까지 지급하는 기초연금이나 불필요한 진료를 남발하는 의료제도에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자강(스스로 건강함)', '자립(스스로 하자)', '공생(교류하며 더불어 베풀며 살자)'을 장수 3원칙으로 강조하면서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고령자들이 스스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노인들의 인식과 태도가 60년대 사고 그대로로, 나이들면 노인이고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며 "1960년대 70, 80살과 평균수명이 80세인 2020년 80살이 어떻게 같겠나, 노인이 당당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몇살까지 살 수 있을까요.

▶1980년에 평균수명이 60세가 됐어요. 2000년에는 70세, 이제는 80세입니다. 2040년에 평균수명이 어떻게 될까요? 20년에 10년씩 늘어나는 추세가 유지된다고 하면 한 90살 언저리가 되지 않을까요. 2060년에는 100살이 되겠네요. 평균수명은 늘어나게 돼 있습니다.


평균수명보다 더 중요한게 있습니다. 최빈사망연령, 실제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망하는 연령대가 얼마인가하는 거죠. 현재 최빈 사망연령은 90살이에요. 90세 내외가 되야 사망한다는 뜻입니다. 사망 연령 표준편차도 줄어들고 있어요. 옛날에는 10년 이상이었습니다. 사람들마다 사망연령이 큰 차이가 났다는 뜻이죠. 지금은 줄어서 6년입니다. 앞으로 20년, 40년뒤에는 편차가 더 줄어들 겁니다. 모든 사람이 다 장수한다는거죠.

옛날에는 어떤 사람은 오래 살고 어떤 사람은 일찍 죽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유전자 영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겁니다. '모두가 장수한다' 우리가 기억해야할 첫 번째 명제입니다.



-오래 살지만 건강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삶의 질은 떨어질텐데요.

▶한국은 건강보험이 잘 돼 있어서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기 때문에 통계 내기가 어렵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노인과 아닌 노인이 구분됩니다. 통계를 보면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건강한 노인이 늘어나고 있어요. 수명이 늘어나고 모두가 건강해져 간다는 얘기입니다.

노인의 기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생활습관과 운동으로 해결 가능하고, 과학 발전이 그것을 증폭시킬 수 있어요. 적게 먹는 게 몸에 좋다고 하죠? 스스로 소식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영양분 체내 흡수도를 낮추는 약이 나와 있습니다. 운동이 중요하죠? 운동효과를 대체하는 약물이 연구 중입니다.
2019.12.12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초대석 인터뷰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2019.12.12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초대석 인터뷰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고령사회 문제가 확대될까 걱정도 됩니다. 노년이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많은게 사실이니까요.



▶그러니 노인에게 사회적 책임을 주고, 역할을 하게 해서 당당하게 살게 해야 합니다. 앞으로 노인은 무엇이든 할 힘이 있어요.

내가 노래하듯 말하고 다니는게 장수사회인데 그냥 장수사회는 아닙니다. 나이든 사람이 많아집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전부 수혜·복지 대상자로 만들어야 하나요. 그렇게 하면 나라가 망합니다.

의사들에게는 안좋은 얘기일 수 있겠지만, 의료행위도 과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간단한 물리치료 정도는 동네 경로당에서 해도 될 텐데 모두 병원에서 하죠. 경로당에서 하면 100원, 200원이면 될 일을 병원에서는 1000원, 2000원이 듭니다. 이런 게 정리가 되야 해요. 필요할 때, 아플 때 도와주는 것은 중요한데 불필요한 것까지 모두 의료가 맡는 분위기를 만든 건 잘못됐어요. 병원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아니죠.



장수사회에게 가장 추구해야 할 것은 저비용 장수사회입니다. 고비용은 안됩니다. 그러면 나라가 망해요. 저비용 장수사회를 만들자는게 내 주장입니다.

-저비용 장수사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핵심은 첫째 자강(스스로 건강함)입니다. 모두 건강해야해요.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올바른 생활태도를 갖고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둘째는 자립(스스로 하자)이에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하자는 겁니다. 비용과도 관계가 있어요. 남에게 의존하면 그게 다 돈이 듭니다.



스스로 하는게 중요해요. 과거에는 전라도 할아버지들보다 강원도 할아버지가 더 오래 살았습니다. 왜 그런가 보니 전라도는 농토가 많아요. 옛날에는 땅이 재산이죠. 땅은 농사를 짓기 위해 필요하고 자식에게 물려줍니다. 남자가 한 70살정도가 되면 농사를 자식이 짓고 할일이 없어지는거죠. 그게 과거 전라도의 모습이었어요

강원도는 산입니다. 척박하죠. 그리고 이웃도 없어요. 상대적으로 떨어져 살고 마을개념이 희박하죠. 땅이 없으니 자식들이 장성하면 다 떠납니다. 영감과 할멈만 남아서 사는거죠. 둘이 살면 영감이 나무라도 해줘야 겨울에 따듯하게 삽니다. 강원도 남자 노인은 필요한 존재에요. 오래사는 비결이죠.

셋째는 공생(더불어 살자)입니다. 과거 전라도 노부부들은 금슬이 안 좋았어요. 영감이 짐덩이거든요. 부부가 서로간에 필요한 존재라는게 굉장이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강원도는 할아버지가 필요하죠. 금슬이 좋습니다. 노인들이 받는게 아니라 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사는게 필요해요. 그게 공생이고, 그렇게 되면 저비용 장수사회가 옵니다.



-노인이 주겠다는 마음가짐이 어떻게 저비용 장수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모 재벌 회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가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기부했다는 자랑을 한 적이 있습니다. 동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는데 기초노령연금을 수령하기 위해 꼭 본인이 방문에서 서명을 해야해서 다녀왔고 그 돈을 불우이웃돕기에 썼다고요. 이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 재벌 회장이 기초노령연금까지 받아야 할까요? 잘못된 겁니다.

100살이 돼도 당당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수혜복지 시스템을 강조하면서 모든 노인을 수혜대상으로 만들고, 거지로 만들어선 안 되요. 한 푼이라도 더 받게하려고 하면 안 되요. 예컨대 지하철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공짜로 타고다니게 하는게 문제가 있어요.



물론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는건 백번 찬성입니다. 물론 어디까지 도와줄건지 칼을 대서 카테고리화 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진지해지자는게 내 생각입니다. 자기자신을 더 험블하게(겸손하게) 보고 사회적 책임을 지고 가자는 거에요 그 캠페인을 하고 싶습니다.

-노인이 사회적 책임을 지려면 소득이 필요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노인일자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정부가 못한다고 말할 수도 없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노인들 인식과 태도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60년대 사고 그대로 고정돼서 나이들면 노인이다 대접받아야한다 이러면 안 되요. 평균수명이 52세일 때 60, 70살이면 곧 죽을 나이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그 생각을 합니다. 평균수명이 80세예요. 옛날 60, 70, 80살과 같은게 아닙니다. 당당하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런 신념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고령사회 문제라는걸 좁혀보면 화이트칼라 문제입니다. 블루칼라는 나이 들어서도 퇴직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어요. 또 재취업이 잘 됩니다. 그 사람들이 그만둔다고 하면 공장에서 쫓아가서 말려요. 노인문제, 노인문제 하는데 농촌에서는 노인 (일자리) 문제가 없어요. 도회지에서 노인이 쏟아지니까 일자리가 없다고 하는 겁니다. 이걸 펀더멘털하게 개선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캠페인이 더 중요합니다.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캠페인은 무엇인가요? 노인과 젊은이간 일자리 갈등문제도 있는데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합니다. 산다는 것은 움직이는거에요. 생명 내부의 모든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는 말도 있죠. 이런 정신이 필요합니다.



물론 무작정 하라고 하는건 안 되죠. 2007년부터 주장한 이야기인데 나이드신 분들 대비를 시켜야 합니다. 초등학교부터 하는 것은 1차 의무교육인데 60살부터 2차 의무교육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세상으로 갈 수 있게 교육이 필요해요. 정년퇴직하는 사람들이 나 옛날에 뭐 했었다 하며 집착하지 않도록 새로운 교육을 받아서 새로운 세상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주자. 배우자. 뭐든지 하게하자. 주는 사람이 되게 하자. 내가 던지는 키워드입니다. 받아먹게 하지말고 보상으로 줘야 합니다. 노인이 주는 사람이 돼야 해요. 꼭 돈 버는 일이 아니더라도 오만 종류의 봉사활동이 가능하고 정 안되면 동네 품앗이라도 할 수 있죠.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서울대에 있을 때 장수과학 최고 지도자 과정을 운영한 적이 있는데 95세 할아버지가 들어오셨습니다. 어떻게 공부할 것이냐 물었더니 "박 교수, 내가 공부 못 할 이유가 있는가"라고 답했습니다. 이런 정신이 필요합니다.
2019.12.12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초대석 인터뷰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2019.12.12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초대석 인터뷰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실버산업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를 발전시켜야 할까요.



▶사실 과학기술은 가만히 놔 둬도 발전합니다. 돈이 걸려있는데 안 할 것이 어디 있겠어요. 고령친화 산업이라고 보면 침대, 변기 이런 사례만 나와요. 그건 돕는게 아니죠.

적어도 몇십 명으로 구성된 연구진이 토탈 어프로치(종합적 연구)를 해야 합니다. 풀뿌리 과학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IT(정보기술)는 잘 하고 있지만 바이오로 가야할 것 아닙니까. 바이오는 허가사항이 많고 규제도 많습니다. 규제라고 해서 막 풀수도 없어요. 그러니 바이오는 올망졸망하게 하지말고 묶어서 큰 시스템으로 가야합니다.

웨어러블을 몸에 이식해서 도움이 되게 할 수 있어요. 의족, 의수 같은 것들이죠. 또 그 장치에 동력을 넣으면 노인이 달릴 수 있죠. 우리 생체 안의 장기는 모두 대체가 가능해요. 가장 흔한게 임플란트죠. 인간은 이미 트랜스휴먼 상태에요. 포스트 휴먼은 뇌를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뇌 이식 뭐 이런 얘기는 아니고 뇌에 바늘을 꽂아서 컴퓨터가 뇌 활동을 돕는거죠. 쉽진 않겠지만 AI(인공지능), 빅데이터가 머리속에 늘어가면 뇌기능이 확대되고 치매도 해결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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