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측 "12·12사태 자축 오찬? 전혀 무관, 친목 모임"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12.1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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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전두환 전 대통령과 12·12사태 주역들이 지난 12일 강남 호화 점심식사 모습을 공개했다. 식사 자리에는 12·12 쿠데타를 함께 일으킨 최세창 당시 3공수여단장과 정호용 당시 특전사령관 등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와인을 마시면서 건배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뉴시스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전두환 전 대통령과 12·12사태 주역들이 지난 12일 강남 호화 점심식사 모습을 공개했다. 식사 자리에는 12·12 쿠데타를 함께 일으킨 최세창 당시 3공수여단장과 정호용 당시 특전사령관 등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와인을 마시면서 건배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뉴시스


알츠하이머 투병을 이유로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전두환씨가 '12·12사태' 40주년이었던 지난 12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식당에서 고급 오찬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 측은 이날 자리가 12·12사태와 무관한 친목 모임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전두환은 정호용, 최세창 등 40년 전 군사 쿠데타 주역들과 함께 강남 압구정에 위치한 고급 식당에서 기념 오찬을 즐겼다"며 "한 사람당 20만원 상당의 고급 샥스핀을 곁들인 코스 요리를 즐기고 와인잔을 부딪치며 40년 전 오늘을 축하하는 모습을 제가 직접 옆에서 지켜보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전두환이 대화의 상당 부분을 주도하는 가운데 큰 소리로 와인잔을 부딪치며 굉장히 밝고 화기애애하게 오찬을 하는 것을 문이 열릴 때마다 확인할 수 있었다"며 "12·12 당일이라는 것을 잊은 듯이 축하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식사를 마치고 전두환에게 다가가 정의당 부대표임을 밝혔더니 '그런데?' 라고 해서 '12·12 당일인 만큼 오늘은 자숙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 '기념 오찬은 부적절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동석자가 제 입을 틀어막기도 했다"고 전했다.



임 부대표는 "군사 반란죄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과 사형을 선고 받은 전두환 본인과 당시 쿠데타를 함께 공모했던 최세창, 정호용 등이 자숙하고 근신하고 반성해도 모자란데 12·12 당일인 오늘 기념 오찬을 즐기는 충격적이고 분노를 금할 수 없는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촬영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씨 측은 같은 날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전 전 대통령 내외를 포함한 몇몇 친지들의 동부인 오찬은 1979년 12·12 사태와 전혀 무관한 친목 모임이었다"고 주장했다.

전씨 측은 "오래전부터 친목을 이어온 분들이 1년에 2~3번 전 전 대통령 내외를 식사에 초대하는 모임"이라며 "날짜가 12월12일로 잡힌 것은 일정이 바쁜 김장환 목사의 사정으로 우연히 정해진 것일 뿐이다. 식사 비용은 초청한 분들이 돌아가며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씨가 현재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씨 측은 "전 전 대통령이 법정 진술을 통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변호인에게 위임한 것은 법정에 나와 앉아있을 수는 있지만, 현재의 정신건강 상태로는 정상적인, 의미있는 진술은 어렵기 때문"이라며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려고 칭병(稱病)한다는 주장은 억지일 뿐"이라고 했다.

또 전씨 측은 "기억 장치에 이미 저장된 정보는 기억해내지만, 정보의 저장 단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까운 일은 기억하지 못한다"며 "바둑을 두면 정상적으로 대국을 할 수 있지만, 바둑판을 떠나면 방금 전에 바둑을 두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임 부대표는 지난달 지난 7일 전씨가 이날 오전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전씨가 임 부대표에게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나는 학살에 대해 모른다" "발포명령을 내릴 위치에 있지도 않은데 군에서 명령권 없는 사람이 명령을 하느냐. 너 군대는 갔다 왔냐"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2017년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씨는 2018년 8월 첫 공판기일에 알츠하이머병을 이유로 불출석헸다. 이어 지난 1월7일 재개된 공판기일에는 독감과 고열을 이유로 나오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전씨에 대한 구인영장을 발부했고, 전씨는 지난3월11일 마침내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전씨는 부축 없이 혼자 걸어 들어갔으며,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아! 왜 이래?"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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