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 발목잡은 '비타민E 아세테이트'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19.12.1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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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DC 중증 폐질환 유발 의심물질 지목..."기체로 흡입하면 폐에 영향"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편의점 GS25 매장에서 점원이 쥴(JUUL) 가향 액상 전자담배를 수거하고 있다.  GS25는 보건복지부가 액상 전자의 담배 사용 중단을 권고한 데 따라 향이 가미된 JUUL의 트로피칼과 딜라이트, 크리스프 3종과 KT&G의 시트툰드라 1종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2019.10.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편의점 GS25 매장에서 점원이 쥴(JUUL) 가향 액상 전자담배를 수거하고 있다. GS25는 보건복지부가 액상 전자의 담배 사용 중단을 권고한 데 따라 향이 가미된 JUUL의 트로피칼과 딜라이트, 크리스프 3종과 KT&G의 시트툰드라 1종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2019.10.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내 시판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에서도 중증 폐질환 유발 의심 물질인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검출되면서 해당 물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유통되는 153개 액상형 전자담배의 액상을 대상으로 주요 유해성분 7종을 분석한 결과, 대마초 성분인 THC를 제외한 나머지 6종이 모두 검출됐다고 12일 밝혔다. 이중 16개 제품은 담뱃잎 추출 니코틴을 사용한 담배였고, 나머지 137개 제품은 담배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 또는 합성니코틴을 사용한 유사담배였다.



식약처는 자체적으로 △대마초 성분 THC △비타민E 아세테이트 △ 가향 물질 3종(디아세틸·아세토인·2,3-펜탄디온) △액상 기화를 도와주는 용매 2종(프로필렌 글리콜·글리세린) 등 7종을 유해성분으로 정하고, 이를 검사했다.

이중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중증 폐질환을 일으킨다고 의심하는 물질은 THC와 비타민E 아세테이트다. THC의 경우 국내에서 마약류로 취급해 이번 분석 결과 검출되지 않았다.



CDC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 후 중증 폐질환에 걸린 환자가 처음 나타난 지난 8월 이후 관련 조사를 계속 진행 중이다. CDC는 지난 10월 전자담배 사용으로 나타난 폐질환을 'EVALI'로 명명하고, 지난 11월 EVALI 의심 물질로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지목했다.

미국 10개 주에서 CDC에 제출한 환자들의 기관지폐포세척액(BAL·기관지폐포에 생리식염수를 넣어 모은 액체)을 분석한 결과, 29명의 환자에게서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검출됐다.

앞서 뉴욕주 보건당국도 폐질환 발병 환자 역학조사를 통해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식약처 분석 결과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총 13개 제품에서 0.1∼8.4ppm(mg/kg)의 범위로 검출됐다. 담배의 경우 2개 제품에서 각각 0.1ppm, 0.8ppm, 유사담배의 경우 11개 제품에서 0.1∼8.4ppm이 나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검사 결과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양이다.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쉽게 분해되는 비타민E에 아세테이트(초산)를 첨가해 안정화시킨 물질이다. 카놀라 오일, 아몬드 오일, 대마유 등에 들어가 있다.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에 흔히 사용된다.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으로 섭취·흡수할 때는 인체에 위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비타민 E 아세테이트를 전자담배 등을 통해 기체 형태로 들이마실 경우 정상적인 폐 기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비타민E 아세테이트의 오일 성분이 폐 내부에 축적되고, 급성 지질성 폐렴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CDC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첨가하지 말 것을 권고문에 추가했고, 식약처도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혼입된 액상형 전자담배가 제조·수입·유통되지 않도록 철저히 품질관리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아직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EVALI 원인 물질인지는 100% 확실하지 않다. CDC 측은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EVALI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다른 성분들을 추가 조사 중이며 원인은 하나 이상일 수도 있다. 아직 다른 성분들을 배제할 만큼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폐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가향물질 디아세틸, 아세토인, 2,3-펜탄디온도 검출됐다.

미국 FDA는 디아세틸과 아세토인을 흡입 시 폐질환 가능 성분으로 경고하고 있다. 영국은 유럽연합(EU) 담배관리지침에 따라 2016년부터 디아세틸, 2,3-펜탄디온을 전자담배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가향물질 성분들은 모두 염증성 사이토카인(IL-8)과 활성산소를 증가시킨다.

식약처는 내년 상반기에 직접 인체에 흡입돼 영향을 주는 배출물(기체성분)에 대한 유해성분 분석을 추진할 방침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 및 프로필렌글리콜, 글리세린 등의 폐손상 유발 여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조사감시 및 연구결과를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년 상반기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3일 기준으로 미국에서 EVALI 환자 2291명이 발생했고, 48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0월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질환 의심 사례 1건이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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