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 자리에 선 정치인들은 국민 편익이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이 무책임한 선동 정치를 벌였다.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승차공유를 타도해야 할 나쁜 기술처럼 호도하는가 하면 승차공유의 출현이 마치 문재인정부의 업적이라도 되는 양 정권 비판에 열을 올렸다.
스타트업계에서는 이 합의안을 ‘모빌리티계의 기해늑약’이라고 부른다. 소비자와 당사자(카풀 스타트업)를 무시한 정치권과 기득권(택시업계), 대기업(카카오)의 밀실 합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결국 지난 8월 합의안대로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서 카풀 스타트업들은 사업을 접거나 축소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택시사업을 조금이라도 침범할 수 있는 모든 모빌리티 혁신은 사실상 금지된다. 정부가 정한 택시 총량 내에서 운행 대수만큼 면허를 사들인 기업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또 다른 규제장벽을 세웠기 때문이다. 벤처·스타트업이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는 넘볼 수 없는 공고한 그들만의 시장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타다 금지법이 버스, 트럭 등 다른 모빌리티 영역의 혁신마저 막는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모빌리티 혁신생태계는 와해되고, 혁신이 가져올 다양한 미래 먹거리는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자동차, 물류 등 다른 연관산업들의 혁신마저 늦춰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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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와 근로자의 70% 이상이 지지하는 서비스에 불법 딱지를 붙이고, 창업자를 범법자로 내모는 나라에서 누가 혁신을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해묵은 의료법 규제를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듯 모빌리티 혁신생태계의 인재와 자본도 짐을 쌀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혁신은 본질적으로 파괴적이다. 기존 기득권과 갈등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그 갈등과 대면하고 적극적으로 조정·해결해야 한다. 지금처럼 갈등을 회피하거나 정치적 고려만 앞세울 경우 혁신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빠른 물고기가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그렇게 잃어버린 시간은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될 것이다.
오죽하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타다 금지법에 대해 “정말 이해가 안 돼서 가슴이 답답하다”고 한탄했겠는가. “택시를 보호하려는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막아버리는 방법이 유일한 대안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간다”는 박 회장의 호소를 정부와 정치권이 이제라도 곱씹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