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이미 다가온 미래 2020년

머니투데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19.12.12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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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이미 다가온 미래 2020년


새로운 달력과 다이어리들을 만나며 2020년이 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새해에 대한 감정은 항상 낯설고 기대되지만 2020년은 뭔가 좀 특별하게 다가온다. 2000년대 초반 새로운 1000년을 맞이하면서 많은 기업과 기관이 장기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고 그 목표 시점은 대부분 2020년이었다. 20년이라는 기간, 그리고 20이 반복되는 리듬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2000년 즈음에 바라보는 2020년은 머나먼 미래였고, 과연 그때가 올 것인지조차 궁금해지는 그런 기간이었다. 그렇기에 장기계획에는 희망찬 미래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런 2020년이 이제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20년의 세월 동안 많은 것이 이루어졌고 변화했다. 우리 사회는 이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접어들었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춘 국가가 되었다. 불가능할 것처럼만 보이던 주5일제가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되었고, 선진국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정연령만 되면 지급되는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 등도 도입돼 점점 확대되고 있다. 외국 것을 모방하기 바쁜 존재로 스스로 깎아내린 음악과 영화 등은 이제 세계를 선호하는 한류를 이끌고 있으며, 수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각 부문에서 일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SOC(사회간접자본)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텅 빈 국제공항이 될 것이란 걱정 속에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은 확장을 거듭하며 최근 4단계 사업을 시작했다. 시속 300㎞라는 믿기지 않는 속도로 내달리는 고속철도 역시 이제는 많은 이의 매일을 책임지는 교통수단이 되었다. 단출해 보이던 수도권 지하철망은 이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어디에서 어떻게 갈아타야 하는지를 잘 모를 정도로 복잡해졌다. 강릉까지 고속철도로 이동할 것이라고, 제주도에 새로운 공항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올 것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바뀌는 중에도 변화가 거의 없는 것도 있다. 반짝이는 존재처럼 느껴지던 1기 신도시는 이제 ‘신’자를 붙이는 것이 어색한 중년의 나이가 되었고 수인선, 신안산선 등 당연히 완공되어 승객들을 실어나르고 있어야 할 수도권 철도노선은 아직도 완공되지 못했거나 이제 첫 삽을 뜨고 있다. 변하지 않는 이런 요소들이 서울 주택가격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20년의 세월 동안 가장 많이 변한 것은 각종 사업에 대한 우리의 태도일 것이다. 20년 전에는 ‘○○년 완공’이라고 하면 대부분 그 시기에 완성된 결과물을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대부분 그때쯤 착공할 것이란 반응을 보이는 시대가 되었다. 각종 개발사업과 관련한 수많은 평가와 제도가 등장했다. 개발사업 과정에서 등장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이러한 요소들은 이제 개발을 위해 제일 먼저 극복해야 하고, 제일 극복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변모했다.
 
많은 것이 느려지고, 낡아가는 시대가 되었다. 마음과 생각은 여전히 빠르게, 급하게 움직이지만 정작 몸은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앞으로 20년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큰 요소로 계속 작용하고 낡아가는 SOC들은 이제 우리에게 본격적인 청구서를 보낼 것이다. 상황이 변하면 문제해결의 방식도 변해야 한다. 예비타당성제도를 비롯해 환경영향평가제도 등 신성불가침처럼 느껴온 각종 제도가 과연 현 시점에서 그리고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존속하는 것이 과연 적합한가 의문을 제기해볼 때가 되었다. 2040년을 바라보는 출발선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익숙한 과거와의 결별이라는 힘든 싸움일 것이다. 새로운 20년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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