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병규가 업계로 돌아온다. 장병규 크래프톤(옛 블루홀) 이사회 의장은 지난 연말 마지막 회의를 끝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직 업무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제3기 위원장이 선임될까진 공식 직함을 유지하지만, 위원회엔 불참한다.
업계는 이를 크래프톤 상장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장 의장이 복귀하는 대로 본격적으로 상장 주관사 선정 등 IPO(기업공개) 작업에 착수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우수 개발사 흡수하며 '연합체 띄우기' 나설 듯장 의장은 크래프톤 연합을 키우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전념할 전망이다. 크래프톤은 게임 길드와 흡사한 형태로 펍지, 스튜디오블루홀, 피닉스, 스콜, 레드사하라 등이 소속됐다. 독립 개발사들의 연합체인 셈이다. 크래프톤이란 이름도 중세 유럽 장인 연합을 의미하는 ‘크래프트 길드’에서 착안했다. 장 의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크래프톤의 덩치를 불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크래프톤이 ‘지스타 2019’에서 “WE ARE KRAFTON(위 아 크래프톤)”이란 슬로건으로 연합체 띄우기에 주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크래프톤은 사명을 바꾸기 전인 블루홀 시절에도 지속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2018년 레드사하라스튜디오와 딜루젼스튜디오, 지엠티소프트, 이노스파크, 너드게임즈 등을 계열사로 편입했다. 펍지는 2015년에 인수했으며, 그 뒤 피닉스게임즈와 스콜 등을 인수했다. 그러나 크래프톤으로 사명 변경 후엔 인수합병이 없었다. 그 사이 크래프톤의 기업 가치는 떨어졌고 현재 예전만한 몸 값을 인정받기 어렵게 됐다.
2018년 8월 중국 텐센트가 5000억원을 들여 지분율을 10.4%로 끌어올릴 당시만 해도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는 약 5조1000억원으로 평가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에 따르면 크래프톤보다 평가금액이 높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은 쿠팡(10조원) 뿐이었다. 그러나 최근 크래프톤의 주가는 최고점 대비 반토막났다는 평이 나온다. 배그가 북미 시장에서 흥행 대박을 쳤을때 70만원을 넘나들던 주가는 현재 30만원 후반대에 거래 중이다. 장 의장이 우수한 개발사들을 흡수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래도 장 의장은 믿는 구석이 있다. 중국판 배그로 불리는 텐센트의 ‘화평정영’이다. 이 게임은 지난해 1조원 이상의 매출 달성이 유력하다. ‘화평정영’은 배그와 거의 똑같지만, 크래프톤은 두 게임의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크래프톤의 본격적인 상장 준비와 맞물려 향후 ‘화평정영’의 수익 일부가 크래프톤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본다. ‘화평정영’은 중국 판호 규제를 피하기 위한 도구였을 뿐 크래프톤에 확실한 수익원이라는 분석이다. 크래프톤이 자사의 모방작을 아무런 제재 없이 방치하는 점도 이에 설득력을 더한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지분 13.3%를 보유한 2대 주주로 한 배를 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