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미다스의 손' 장병규, 크래프톤 상장 힘받나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0.01.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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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의 렛IT고]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임기 만료…IPO 준비 나설 듯

편집자주 IT 업계 속 '카더라'의 정체성 찾기. [이진욱의 렛IT고]는 항간에 떠도는, 궁금한 채로 남겨진, 확실치 않은, 애매한 것들을 쉽게 풀어서 이야기합니다. '카더라'에 한 걸음 다가가 사실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는 게 목표입니다. IT 분야 전반에 걸쳐 소비재와 인물 등을 주로 다루지만, 때론 색다른 분야도 전합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사진=이기범 기자 l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사진=이기범 기자 l


“이제 크래프톤 상장에 올인할 생각입니다.”

장병규가 업계로 돌아온다. 장병규 크래프톤(옛 블루홀) 이사회 의장은 지난 연말 마지막 회의를 끝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직 업무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제3기 위원장이 선임될까진 공식 직함을 유지하지만, 위원회엔 불참한다.

업계는 이를 크래프톤 상장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장 의장이 복귀하는 대로 본격적으로 상장 주관사 선정 등 IPO(기업공개) 작업에 착수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장 의장은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20대에 창업한 네오위즈를 시작으로 첫눈, 블루홀,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등을 창업해 성공시켰다. 글로벌 매출 1조 원을 기록한 서바이벌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배그)’를 낳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업계는 기업인으로 돌아온 장 의장이 화려한 이력에 걸 맞는 성과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우수 개발사 흡수하며 '연합체 띄우기' 나설 듯
장 의장은 크래프톤 연합을 키우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전념할 전망이다. 크래프톤은 게임 길드와 흡사한 형태로 펍지, 스튜디오블루홀, 피닉스, 스콜, 레드사하라 등이 소속됐다. 독립 개발사들의 연합체인 셈이다. 크래프톤이란 이름도 중세 유럽 장인 연합을 의미하는 ‘크래프트 길드’에서 착안했다. 장 의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크래프톤의 덩치를 불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크래프톤이 ‘지스타 2019’에서 “WE ARE KRAFTON(위 아 크래프톤)”이란 슬로건으로 연합체 띄우기에 주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크래프톤은 사명을 바꾸기 전인 블루홀 시절에도 지속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2018년 레드사하라스튜디오와 딜루젼스튜디오, 지엠티소프트, 이노스파크, 너드게임즈 등을 계열사로 편입했다. 펍지는 2015년에 인수했으며, 그 뒤 피닉스게임즈와 스콜 등을 인수했다. 그러나 크래프톤으로 사명 변경 후엔 인수합병이 없었다. 그 사이 크래프톤의 기업 가치는 떨어졌고 현재 예전만한 몸 값을 인정받기 어렵게 됐다.

2018년 8월 중국 텐센트가 5000억원을 들여 지분율을 10.4%로 끌어올릴 당시만 해도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는 약 5조1000억원으로 평가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에 따르면 크래프톤보다 평가금액이 높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은 쿠팡(10조원) 뿐이었다. 그러나 최근 크래프톤의 주가는 최고점 대비 반토막났다는 평이 나온다. 배그가 북미 시장에서 흥행 대박을 쳤을때 70만원을 넘나들던 주가는 현재 30만원 후반대에 거래 중이다. 장 의장이 우수한 개발사들을 흡수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텐센트의 '화평정영'텐센트의 '화평정영'
차기작 ‘에어(A:IR)’, 제2의 배그될까

크래프톤 몸 값의 변수는 실적이다. 그러나 최근 크래프톤은 성적이 좋지 않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액 6925억원, 영업이익 1595억원이다. 전년동기(매출액 9111억원, 영업이익 3018억원)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24%, 47%씩 감소했다. 북미 지역 중심으로 배그의 인기가 줄어든 탓이다.

그래도 장 의장은 믿는 구석이 있다. 중국판 배그로 불리는 텐센트의 ‘화평정영’이다. 이 게임은 지난해 1조원 이상의 매출 달성이 유력하다. ‘화평정영’은 배그와 거의 똑같지만, 크래프톤은 두 게임의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크래프톤의 본격적인 상장 준비와 맞물려 향후 ‘화평정영’의 수익 일부가 크래프톤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본다. ‘화평정영’은 중국 판호 규제를 피하기 위한 도구였을 뿐 크래프톤에 확실한 수익원이라는 분석이다. 크래프톤이 자사의 모방작을 아무런 제재 없이 방치하는 점도 이에 설득력을 더한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지분 13.3%를 보유한 2대 주주로 한 배를 타고 있다.
돌아온 '미다스의 손' 장병규, 크래프톤 상장 힘받나
크래프톤은 올해 또 다른 야심작 ‘에어(A:IR)’ 도 내놓는다. 기계와 마법이 공존하는 판타지 세계관을 가진 PC 온라인 게임으로, 지난해 2차 비공개 테스트(CBT)까지 진행했다. 이르면 상반기 중 출시된다. ‘에어’ 성과에 따라 IPO 일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올해 주춤했던 연합체 확장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덩치를 키우고 실적을 개선하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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