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광화문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29)는 이렇게 말했다. 12대 중과실, 신호 위반이나 중앙선 침범, 음주운전 등만 피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김씨 이후 만난 이들도 대부분 이렇게 알고 있었다. 과연 사실일까.
결론적으로 보면 틀린 말이다. 민식이법이 10일 통과됐지만, 여전히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이르면 내년 3~4월쯤 시행 예정인 이 법을 어기지 않기 위해선, 이를 상세히 들여다보고 조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그리고 한문철 교통사고전문 변호사가 '한문철TV'서 설명한 내용을 참조해 이를 파악해 봤다.
사망 뺑소니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인 걸 감안하면, 실로 처벌이 무거운 법이다. 이에 민식이법이 통과 후, 많은 운전자들이 12대 중과실(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무면허 운전, 음주운전, 보도침범)만 피하고, 조심하면 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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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 같은 오해는 민식이법을 당초 두 의원(강훈식, 이명수)이 발의해 생겼다. 이중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낸 법안에 '12대 중과실(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로 인해 사고가 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한단 내용이 담겼다. 그래서 대다수가 '민식이법'은 12대 중과실을 지키지 않는 경우만 적용되는 걸로 알게 됐다.
하지만 민식이법은 제371회 국회 제12차 법제사법위원회(11월29일)에서 토론을 거치며 수정됐다. '강훈식안'과 '이명수안', 두 법안이 하나로 합쳐졌다.
운전자 부주의해 사고 내면, 가중 처벌
그런데 여기엔 전제가 붙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범죄를 범한 경우'라는 것. 그래서 특례법 제3조 제1항을 보면, '차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해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경우'라고 나와 있다. 다시 형법 제268조를 보면,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망 또는 다치게 한 자는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했다.
여기서 업무상 과실이 뭘까. 한문철 변호사는 "운전할 때 조심해서 운전해야 하는데, 왜 조심해서 안 했느냐, 이게 업무상 과실"이라고 설명했다. 운전자 주의를 다하지 못한 것, 조심하지 못한 것, 이게 업무상 과실이란 의미다. 운전 업무가 직업인 사람 뿐 아니라, 모든 운전자에게 적용된다고 했다.
"어린이보호구역, 차 없는 거리 될 것"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이에 대해 한문철 변호사는 "음주운전 특가법이나, 뺑소니 특가법보다 더 무서운 법"이라고 설명했다. 음주운전은 술을 안 마시면 되고, 뺑소니는 신고 후 병원에 데려가면 되지만, 민식이법은 가장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린이가 80%, 운전자가 20% 잘못해도 가중 처벌되기 때문. 사실상 과실 비율이 0%가 되기 쉽지 않은 현실이라, 처벌 대상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 변호사는 "잠깐 방심하는 새,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어떻게 피하겠느냐"며 "진짜 사고를 안 낼 자신이 있을 때만 어린이보호구역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인들에게 '어린이보호구역에 차 갖고 다니지 말라'고 조언한다"며 "여긴 차 없는 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자동차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우려와 다짐이 섞여 나온다. 직장인 이승준씨(37)는 "무조건 운전자를 세게 처벌하는 법만 마련할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보조 장치가 많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했고, 주부 박지연씨(40)도 "아이를 차로 매일 데려다주는데 걱정된다"며 "운전자들만 책임을 묻지 않도록,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섬세하게 보완해달라"고 주문했다. 직장인 최모씨(39)는 "앞으로 어린이보호구역은 정말 더 조심해서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민식이법은 올해 안에 공포될 경우,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