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버리는 사람 진짜 많네."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대학생 배기열씨(가명·22). 근무한 지 벌써 1년이 넘었지만 도통 적응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바로 극장에 남은 쓰레기다. 극장 출입구 바로 앞에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관객들이 떠난 자리에는 항상 쓰레기가 가득하다. 자리에 음료수 컵이나 팝콘통을 그냥 두고 가는 건 그래도 양반. 콜라를 엎어둔 채로 나가거나 의자구석에 쓰레기를 구겨 넣고 가는 경우도 많다.
박씨는 "열차 안에도 쓰레기통이 있고, 내리면 사방에 쓰레기통이 놓여 있는데 왜 쓰레기를 두고 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서비스 질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이용객들의 시민의식은 낮아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영화관도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는다. 전직 영화관 아르바이트생 김영선씨(27)는 "검표 파트를 맡게 되면 관객들의 입장과 퇴장을 관리한다. 영화가 끝나기 5분 전에 관에서 대기하다가 관객이 다 나가면 청소를 시작한다"며 "검표가 편한 파트라고들 하는데 청소 업무를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관객이 나가면 그 자리엔 온통 쓰레기가 가득하다. 처음 청소하러 들어갔을 때 의자에 팝콘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엉덩이로 팝콘을 먹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빈자리에 남겨진 쓰레기/사진=박가영 기자, 독자제공
이 시각 인기 뉴스
머물던 자리에 쓰레기를 두고 가는 이들은 어차피 청소해야 하는 곳이기에 크게 상관 없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중에도 영화 보고 쓰레기 안 가지고 나오는 사람이 있어서 놀랐다"며 "들고 나오라고 했더니 쓰레기 하나 더 있다고 문제 되겠냐는 식으로 이야기하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행동들은 같은 고객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다. 한 누리꾼은 "쓰레기통이 밖에 있는 것도 알고, 쓰레기 힘들게 치우는 직원들을 본 적 있으면 그렇게 버리고 갈 수가 없다. 무식한건지 무지한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화관, 기차 등에서는 '쓰레기는 직접 가지고 나가야 한다'는 에티켓에 대한 정보를 방송 및 광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타인의 불쾌감을 고려하지 않고 기본 에티켓조차 무시하는 관객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홍보와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쓰레기를 두고 가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영화관 측에서 관객들에게 이래라저래라 강제할 수는 없는 사항"이라며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에티켓이니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지켜주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