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급여액 인상으로 청각장애인의 보청기 구매비용 부담이 덜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만큼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지, 난청해소에 도움을 받으며 만족하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보청기 급여액 인상 후 판매업자들이 30만∼50만원대의 저가 보청기 가격을 131만원으로 올려 차액을 챙겼다거나,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을 도는 일명 ‘떴다방’식 방문 판매업까지 등장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보청기는 고가 제품임에도 성능 및 품질에 대한 정보제공이 미흡한, 소위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의료기기라고 할 수 있다.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올바른 선택이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청각장애인 5명 중 4명은 60세 이상의 고령자다. 이들은 보청기 구입과 관련해 본인의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보다는 주변의 권유나 소개에 따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보청기 가격의 적정성 및 시장에서의 공정한 가격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특히 보청기는 구입한 이후에 지속적인 제품관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적합관리(Fitting)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이유로 결국엔 보청기 사용을 포기해 ‘장롱보청기’ 로 전락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구매 계약 시 적합관리 서비스 내용 및 제공 등에 관한 사항이 명시된 표준계약서가 사용돼야 한다. 나아가 적절한 사후관리 제공을 통해 실제 청력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궁극적으로는 보청기 급여액 지원이 청각장애인의 사회활동 참여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청회를 열고 보청기 급여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의 주된 내용을 보면, 보청기 제품 평가 및 가격고시, 급여비용 지급 방식 개선, 보청기 판매업소 등록기준 강화, 표준계약서 작성 등으로 상당히 소비자 지향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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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표된 장애인 보청기 급여제도 개선안에 대해 이해관계자 간의 이견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 등으로 지원하고 있는 보청기가 청각장애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국민의 이해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개선안을 바탕으로 보청기를 사용해야하는 모든 소비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양질의 보청기를 선택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받고 착용 후 사후서비스를 적절하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