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빈자리에 가슴 시린 中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12.12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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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삼성공장 가동 멈춘 광둥성 후이저우 상권 침체

삼성 로고. /사진=AFP삼성 로고. /사진=AFP


삼성이 지난 10월 중국 스마트폰 제조 공장을 철수한 가운데 인근 지역 상권이 침체를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0월 이후 중국 남부 광둥성 후이저우 인근 지역상점이 60% 이상 폐업했다고 전했다. 삼성은 중국 마지막 생산거점이었던 이곳의 스마트폰 공장을 지난 10월 3일 가동 중단했다.

후이저우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리빙은 "삼성공장이 이전하기 전만 해도 월 매출이 6~7만위안(약 1000~1200만원)에 달했으나 지금은 하루에 고작 몇백위안을 번다"며 "저녁 때는 손님이 두세 테이블 정도에 그친다"고 호소했다. 120만㎡에 달하던 삼성공장 노동자가 주 고객층이었던 탓이다.



SCMP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대응으로 삼성이 베트남과 인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며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변화된 중국의 위상을 느끼지만, 리빙과 같은 지역 상권은 그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으며 다음 사업 방향을 두고 방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선전 소재 싱크탱크 당대사회관찰연구소의 리우 카밍 소장은 "(삼성공장 이전으로) 최소 광둥성 공장 100곳이 문을 닫을 것"이라며 "삼성의 후이저우 공장은 지난 20년 동안 광둥성과 인근 지역의 공급망과 상권 생태계를 구축해왔다"고 지적했다.

삼성공장 이전 여파는 후이저우에서 서쪽으로 100여km 떨어진 장안의 둥관시까지 퍼졌다. 이곳에 위치한 로봇 제조업체 자너스 인텔리전트그룹의 공장은 최근 근무시간이 대폭 줄었다. 삼성은 2000년대 후반 이후 자너스 그룹의 가장 큰 고객사였다.


SCMP에 따르면 지난달 이 공장 3000여명의 인력 중 3분의 2가 교대근무를 강요받는 등 근무시간 감축을 요구받았다고 전했다. 5년차 직원은 "한 달 2000위안(34만원)에 못 미치는 유급휴가를 3개월 치 주거나 하루 일하고 다음 1~2일은 쉬게 하는 등 정상적인 임금을 못 받게 해 직원이 나갈 수밖에 없게 한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도 영향을 받아 가격이 추락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약 1000㎡에 이르는 6~7층짜리 주거용 건물 가격이 8월 480만위안(8억원)에서 이달 380만위안(6억4000만원)으로 대폭 떨어졌지만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없다"며 "이들 건물은 대부분 삼성 노동자들에게 임대됐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는 아무리 시간이 늦어도 젊은 노동자들이 식당 등을 오가거나 인터넷 카페에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며 "지금은 밤에는 대부분 집이 비어있어 마치 유령마을 같다"고 전했다.

1992년 8월 문을 연 삼성 후이저우 공장은 이듬해 3200만달러(약 382억원) 자본을 유치해 1990년대 라디오부터 2000년대 MP3, 2007년 이후 스마트폰까지 소형 가전 등을 생산해왔다. 삼성이 스마트폰 매출 세계 1위를 달성한 2011년에는 후이저우 공장은 무려 스마트폰 701만4000대를 수출하기도 했다. 삼성이 공장을 철수한 직후인 지난 10월 후이저우의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27% 줄어든 140억위안(2조3700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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