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롤러블TV' 공개 1년…"언제 살 수 있나요?"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12.1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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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매장 1억원선 사전예약 접수 시작…기술보완·시장성 두고 신중에 신중

LG '롤러블TV' 공개 1년…"언제 살 수 있나요?"


LG전자 (91,200원 ▼1,400 -1.51%)가 화면이 둘둘 말렸다가 펴지는 롤러블 TV 연내 출시를 두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연말까지 불과 2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매장이 자체 사전예약을 시작했지만 정확한 출시일은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연내 출시를 공언했던 만큼 상품기획, 연구개발, 마케팅, 생산부서 등을 중심으로 2~3주 안에 출시하는 방안을 최종 검토하고 있지만 제품 생산과 배송 등 실질적인 출시는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개발에 7년, 기술보완에 1년…결함 발생 땐 치명적
지난 1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한국 전자IT산업융합 전시회' LG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롤러블 TV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지난 1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한국 전자IT산업융합 전시회' LG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롤러블 TV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무엇보다 롤러블 TV 개발을 이끈 전임 HE사업본부장이자 지난달 말 임원인사에서 CEO(최고경영자)로 선임된 권봉석 사장이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일부 프리미엄 매장에서 사전예약을 시작한 데 대해서도 선을 긋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11일 "출시시점과 가격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예약판매는 본사와 무관한 유통매장 차원의 프로모션"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올 1월 첫 선 이후 1년 가까이 롤러블 TV 출시가 지연된 데 대해 일차적으로 내구성 등 기술적인 보완 문제를 꼽는다. 기존 TV와는 차원이 다른 신소재를 활용한 '퍼스트 무버' 제품인 만큼 무리하게 출시하기보다 더 철저히 검증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도 지난 4월 말 출시를 열흘여 앞두고 해외 사전 배포물량에서 일부 결함이 발견되면서 출시일이 5개월가량 늦춰졌다. 가격이나 사용기간에서 스마트폰과는 비교할 수 없는 TV의 경우 사소한 결함이라도 제조사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가격전략 장고…시장안착 첫 관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한국 전자 IT산업 융합 전시회에서 LG전자 롤러블 TV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한국 전자 IT산업 융합 전시회에서 LG전자 롤러블 TV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요 타깃층과 가격 등 판매전략 차원에서도 시장조사와 내부 협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출시된 LG전자 TV 중 최상위로 분류되는 8K OLED 88인치 TV가 국내 출하가격 5000만원, 일본시장 판매가 3950만원인 상황에서 롤러블 TV 가격대를 어느 수준으로 책정하느냐가 시장 안착의 첫 관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권 사장도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가 쉽게 수용할 가격을 설정할 수 있느냐가 초기 제품 확산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가격을 정할 때 '비용 플러스 수익'이 아니라 고객이 롤러블 TV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불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가를 고려하면 당초 일부 시장 예상(5000만원~1억원)을 밑도는 파격적인 가격대로 출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65인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올레드) 롤러블 TV 패널 제조원가는 3100달러(약 370만원)로 일반 OLED TV 패널 가격(950달러)의 3.3배 수준으로 추정된다.

65인치 4K 올레드 TV가 300만~400만원선에서 판매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징적인 프리미엄이 붙더라도 같은 크기와 해상도의 롤러블 TV에 1억원 가까이 지불할 수요는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사전예약을 접수하는 일부 매장에선 롤러블 TV 가격을 1억원 수준으로 안내하고 있다.

日 샤프 추격…기술차 크지만 시장 확대 가능성도
일본 샤프가 지난달 공개한 30인치대 롤러블 TV. /사진=샤프 공식 유튜브일본 샤프가 지난달 공개한 30인치대 롤러블 TV. /사진=샤프 공식 유튜브
롤러블 TV는 LG 플렉서블 OLED 기술력의 정점에 있는 제품이다. 디스플레이 패널 두께를 2016년 내놓은 '시그니처 W'(2.59㎜)보다 더 얇은 1㎜ 미만으로 줄였다.

기획부터 개발, 상품 출시까지 7년여가 걸렸다. LG디스플레이 (9,920원 ▼130 -1.29%)가 2012년부터 플렉서블 OLED 개발에 본격 착수, 지난해 1월 CES에서 시제품을 고객사 대상으로 공개한 뒤 1년 동안 추가 내구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65인치 크기의 롤러블 TV를 선보인 곳은 전세계에서 LG전자가 유일하다. 일본의 샤프(대만 폭스콘에 인수)가 지난달 30인치대 롤러블 TV를 공개하면서 도전장을 냈지만 기술력이나 시장성에서 격차가 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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