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부사장님 호칭, 어떠신가요"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19.12.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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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직급단계(hierachy)를 줄여 직책(role)에 충실하게 만든다."
"처음엔 부사장 호칭이 어색했지만, 특히 대외에서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상무여서 부사장 앞에서 내가 아는 노하우를 말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지길 기대한다."

지난주 정기 임원인사에서 직급 단순화의 여파를 체감하게 된 SK그룹 계열사 '부사장들'의 전언이다. SK의 경우 올해 7월 단행한 '인사실험'으로 기존 상무·전무가 모두 부사장이 됐다.



외국계 회사에서 임원이 되면 '브이피(VP·vice president)'로 부르는데 같은 느낌이다. '어소시에이트 VP'가 시간이 지나 직급이 올라가면 'VP', '시니어 VP', '이그제큐티브 VP'가 되는데 여기서 착안한게 맞다고 한다.

'임원직급 파괴'로 얻는 효과는 무엇일까. 우선 직책 우선주의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직급보다 직책이 우선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것이 더 합리적이고 올바른 솔루션인지는 직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 전문성을 쌓아온 분야에서 자신의 '직책'을 갖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단 의미다.



또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상무 단계를 밟지 않아도 된다. 과장이 팀장을 하고 과장이 바로 상무가 될 수 있다.

"A는 과장급 매니저이고 어린데 어떻게 팀장을 시키냐"는 걱정은 이제 필요없다. 최 회장이 강조하는 '수평적 조직', '일하는 방식의 혁신'인 셈이다. 실제로 올 연말 임원인사에선 연공서열을 깬 1980년대생 '어린 임원'이 등장했다.

대내·외에서 부사장으로 불리니 임원의 '로열티'가 높아졌고, 사내 협업시 카운터파트 레벨이 부사장으로 통일돼 소통이 전보다 원활해진 것 또한 부수 효과다.


일각에선 VP 수가 줄어들어 조직 슬림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지금 SK그룹내 부사장 수는 700명이 넘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특정 부문에 부사장 1~2명이면 충분해진다.

재계 3·4세 '오너십 체인지'가 올해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외국에서 공부했고 외국계 회사에서 업무경험을 쌓은 이들은 위계질서와 연공서열 중심의 한국 기업문화를 바꾸고 있다. 아직은 누가 상무·전무인지 구분을 하겠지만, 3·4세 오너들이 지향하는 수평적 조직문화 변화가 속도를 내 소통과 협업의 글로벌 기업문화가 빠르게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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