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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김우중처럼…세계경영 꿈꾸는 베트남 빈그룹 회장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12.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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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작고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대한민국 고도성장 과정을 압축해 보여주는 인물이다.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31세에 세운 무역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다. 특히 대우그룹은 당시 한국 기업으로는 드물게 '세계경영'을 외치며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했고, 성공했다.

세계경영을 천명한 만큼 김 전 회장의 흔적은 프랑스, 동유럽 등 각국에 남아있지만 아시아권에서는 베트남과의 인연이 깊다. 공산당 일당 체제인 베트남이 1986년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경제발전을 추진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민 해외 대기업 총수는 김 전 회장이었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사태로 1999년 10월 해외로 도피했다가, 2005년 귀국할 때까지 상당 기간을 베트남에 체류하기도 했다. 당시 베트남 정부가 인터폴에 수배된 김 전 회장을 사실상 보호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베트남의 기업인들 중에서도 김우중 회장을 모델로 삼은 이들이 많다. 특히 베트남 최대기업 빈그룹의 팜녓브엉 회장은 경공업에서 시작해 호텔, 건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자동차산업에 도전하는 등 대우식 모델의 실행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대우그룹 연상시키는 베트남 빈그룹




베트남 최대 기업 빈그룹을 이끄는 팜녓브엉 회장. /사진=블룸버그베트남 최대 기업 빈그룹을 이끄는 팜녓브엉 회장. /사진=블룸버그


베트남 최대 기업 빈그룹의 팜녓브엉 회장은 김우중 전 회장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팜녓브엉 회장은 25세 때인 1993년 우크라이나에서 설립한 라면제조회사 테크노컴을 모태로 베트남을 대표하는 기업을 일궈냈다. 현재 빈그룹은 산하에 건설과 유통, 호텔 등 다양한 분야 자회사를 둔 대기업이 됐다.

팜녓브엉 회장은 멈추지 않았다. 2017년 베트남 국민차를 만들겠다며 BMW, 제너럴모터스(GM) 등과 손잡고 '빈패스트'라는 자동차 회사를 설립했다. 자동차 산업 베트남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던 일에 도전한 것이다. 올해 6월에는 GM의 오펠 카를을 기반으로 한 소형차 '빈패스트 파딜'도 출시했다.

김우중 회장도 일찌감치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바 있다. 1978년 새한자동차를 인수해 대우자동차를 설립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100만대에도 미치지 못하던 시절 대우차 생산능력을 연 200만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후 대우차가 출시한 르망과 에스페로, 로얄 등은 한국의 국민차로 사랑받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유럽과 북미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전기차로 해외 진출 추진


베트남 하이퐁에 있는 빈패스트 자동차 공장. 베트남 최초의 자동차 공장이다. /사진=AFP베트남 하이퐁에 있는 빈패스트 자동차 공장. 베트남 최초의 자동차 공장이다. /사진=AFP
팜녓브엉 회장은 빈패스트를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도박을 하기로 했다. 2021년부터 미국과 유럽, 러시아 등 해외에 진출할 계획을 세운 것. 내연기관 자동차 분야에서는 실력이 부족하지만, 전기차는 미국에서도 충분히 팔릴 것이란 계산에서다. 실제로 그는 개인재산을 털어 빈패스트에 20억달러(약 2조3836억원)를 투자했다. 회사 자본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는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빈그룹 본사에서 진행된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최종 목표는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라며 "매우 어려운 길이고, 많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꼭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빈베스트를 인도의 타타자동차, 말레이시아의 프로톤자동차처럼 베트남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빈패스트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당장 베트남 시장에서 도요타, 포드, 현대차 등 외국 브랜드와 경쟁해야 한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업체는 무서운 경쟁상대다. 자국 소비자는 물론 외국 소비자가 베트남제 자동차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아직 알 수 없다.

팜녓브엉은 "세계에서 베트남은 여전히 가난하고, 뒤처진 나라다. 우리는 베트남 제품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며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베트남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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