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개의 20분만에 처리…눈물의 '본회의장'

머니투데이 이원광, 백지수, 유효송 기자 2019.12.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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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여야, '민식이법', '하준이법' 가결…지켜본 민식이 부모 "다른 생명안전법도 챙겨줬으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장에서 열린 371회 정기국회 12차 본회의에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장에서 열린 371회 정기국회 12차 본회의에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여야가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10일 본회의를 열어 ‘민식이법’, ‘하준이법’ 등 국회에서 잠자던 민생법안들을 처리했다.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은 본회의 개의 20여분만에 부의된 법안 중 가장 먼저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가 간 협약 비준안 등도 차례로 가결됐다. 다만 정회 직전 잇따른 국회 파행을 두고 책임 공방을 벌이며 오후 회의 전망을 어둡게 했다.



◇'민식이법·하준이법' 국회 본회의 통과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특가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이른바 ‘민식이법’ 2건을 가결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 중 ‘민식이법’을 가장 먼저 다뤘다. ‘민식이법’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난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민식 군(당시 9세)의 이름을 딴 법안이다.

특가법 개정안은 재석의원 227명 중 220명이 찬성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만이 반대표를 던졌다. 6명의 의원은 기권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재석의원 242명 중 찬성 239명, 기권 3명으로 집계됐다.



특가법 개정안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 사고가 나면 가해자에게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처벌 수위를 올리는 내용이다. 어린이 치상 사고에도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준이법'으로 불리는 주차장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재석의원 246명 중 244명이 찬성하고 2명이 기권했다. 반대는 없었다.

이 법은 2017년 서울대공원 주차장 경사로에서 차량이 미끄러지는 사고로 숨진 고(故) 최하준 군(당시 4세)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경사진 곳의 모든 주차장에는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과 미끄럼 주의 안내 표지 등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군 엄마 박초희 씨, 아빠 김태양 씨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민식이법),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 통과를 지켜보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군 엄마 박초희 씨, 아빠 김태양 씨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민식이법),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 통과를 지켜보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민식이 부모,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으며…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김군의 아버지 김태양씨와 어머니 박초희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법안 통과 직후 기자들과 만나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면서 “민식이법이 선한 영향력이 돼 앞으로 다치거나 사망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인이법’(어린이 피해자에 응급처치 의무화) ‘태호·유찬이법’(어린이 탑승 통학차량 관리강화), ‘한음이법’(어린이 통학버스 내 CCTV 설치 의무화) 등에 대한 국회 의결도 당부했다. 김씨는 “나머지 생명 안전 법안도 우리나라 아이들 안전에 꼭 필요하니까 20대 국회 남은 시간 안에 챙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소말리아 아덴만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활약 중인 ‘청해부대’와 ‘아크부대’의 파견연장 동의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 정부 간 조세 이중과세 방지와 탈세 예방을 위한 협약 비준동의안 등 국가 간 조약에 대한 안건들도 잇달아 가결됐다.

◇여야 '신경전' 계속…"새빨간 거짓말", "이 상황을 보시라"
비쟁점 안건에 대한 의결 후 여야는 신경전을 벌였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우리당에 대한 거짓된 공격이 있었나.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상조차 아니었다”며 “새빨간 거짓말을 한 것이 누구인가”라고 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월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계속 합의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저희는 한국당 의견을 존중해 어제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황을 보시길 바란다”며 “내년 예산을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문희장 국회의장은 여야 의원들을 향해 다산 정약용의 사지론(四知論)을 인용하며 “지금은 아닌 것 같아도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게 돼 있다. 원내대표가 알고 하늘과 땅이 안다”고 일침을 가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 참석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문희상 국회의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 참석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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