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이용주씨. /사진=김휘선 기자
이씨는 5연승 후 유산슬을 비롯한 트로트 신인이 경쟁한 경연에 다시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나훈아의 노래 '남자의 인생'을 불렀다. 현장에선 기립박수가 나왔고, 유산슬도 그를 향해 일어섰다. 시청자들로부터는 3만5304표를 받았다. 2위에 오른 유산슬 표가 1만4645표였던 점을 감안하면 '대박'을 친 셈이다.
지난달 18일 KBS '아침마당'에 출연한 뒤 찍은 출연진 기념사진. '유산슬'로 등장한 유재석씨(앞줄 오른쪽 3번째)와 이용주씨(앞줄 오른쪽 4번째)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용주씨
이씨는 "한동안 노래 생각을 접고 일을 구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연예인 매니저로 일해보려 했지만 경력 부족에 따른 적은 급여가 발목을 잡았다. 그 사이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다. 생계의 압박은 커졌고 돈을 안정적으로 벌어야만 했다. 가진 건 건강한 몸뿐이었다.
2015년 우연히 택배기사가 일하는 만큼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씨는 택배 업체를 찾아가 한 달에 400만원 이상 벌고 싶다고 했다. 업체에선 그가 원하는 만큼 벌 수 있는 구역을 이씨에게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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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일은 많았다. 물량이 300개 넘게 들어온 날은 새벽부터 밤 10시까지 일해야 했다. 대신 바쁜 만큼 기대했던 벌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4년이 지났다. 일이 익숙해지자 언젠가부터 택배차량에서 좋아하던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 잊었던 꿈이 떠올랐다.
트로트 가수 이용주씨. /사진=김휘선 기자
동료들도 그의 도전을 응원했다. 녹화날 물량이 많을 때는 이씨의 일을 분담해주기도 했다. 그 덕에 5연승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이씨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일했고 고객들도 웃으며 반겨주시는 건 물론 음료수에 식사까지 주신다는 분도 있었다"며 "돌이켜보면 택배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했으면 노래를 다시 했을까 싶다"고 말했다.
방송 경연에서 5연승, '유산슬'을 꺾은 가수가 되면서 곳곳에서 섭외가 들어왔다. 한 달 만에 200명 넘게 가입한 팬카페 '여의주'도 생겼다. 제대로 열린 기회에 그는 "노래에 전념하겠다"는 결심을 세우고 택배기사 일은 내려놓았다. 앞으로의 다짐을 물었다. "넘치는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지 항상 되새기면서 노래로 보답하겠다"는 게 돌아온 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