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은 올 들어 지난 10월 연저점(21만1500원)까지 실적과 재무구조 악화 우려 속 주가가 지속 하락, 36% 빠졌다. 그러다 3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실적이 바닥을 찍고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고 이에 소폭 우상향으로 전환한 상태다.
CJ제일제당은 전날 4건의 공시를 통해 자산효율화 및 재무건전성 강화 계획을 구체적으로 알렸다. 구체적으로 서울 가양동 토지와 건물, 구로구 공장, CJ인재원 매각이다.
먼저 바이오 연구소가 있던 가양동 토지와 건물을 케이와이에이치(KYH)를 대상으로 8500억원 규모에 처분신탁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올 연말까지 8500억원의 자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하고, KYH가 우선협상대상자인 인창개발에 부지를 매각할 경우 매각 차익을 추가로 받게 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가양동 부지 가치를 1조원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양동 부지 외에 구로동 소재 공장, CJ인재원도 처분한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CJ인재원은 CJ ENM에 528억원 규모에 매각하기로 했다. 서울시 구로구 소재한 공장은 2300억원에 리츠(REITs)인 와이디피피 유한회사에 매각하고, 이후 재임대(세일앤리스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국 자회사인 CJ 아메리카(CJ AMERICA, INC.)의 3000억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 소식도 알렸다. CJ 아메리카는 전환상환우선주(RCPS) 6000주를 '흥국하이클래스전문투자형사모펀드1호'를 대상으로 발행한다.
서울 중구 쌍림동의 CJ제일제당 사옥 /사진제공=CJ제일제당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산유동화를 통해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은 현재 6조9000억원(CJ대한통운 제외 연결기준)에서 5조5000억원 내외로 감소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 5배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5.8배 수준이었던 순차입금/EBITDA 비율을 5배 미만으로 낮출 것이라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부채비율 감소는 곧 이자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CJ제일제당의 연 이자율이 3.3~3.4%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 300억원 이상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당기순이익 증가 요소다.
김 연구원은 "내년 차입금 감소 규모를 약 7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는데, 자산 매각으로 4000억원에 대한 이자비용 절감효과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당기순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약 3% 상향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신용등급 하향 위험을 벗어나게 된다. 지난 6월 한국기업평가는 CJ제일제당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한 바 있다. 여기에 3분기 실적에서 드러난 물류부문(CJ대한통운)을 포함한 순차입금도 9조5000억원으로 전년말 보다 30% 이상 증가해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불안이 커진 상태였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순차입금 비율이 지난 3분기 물류포함 105%에서 100% 미만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한기평이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전망한 상황이어서 올해 말 평가가 중요해진 상황이었는데 이번 자산유동화로 재무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가공식품 포트폴리오 조정 및 수익 중심 채널 정비로 식품 마진율 개선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M&A를 통한 양적 성장에서 재무건전성 강화로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했다"며 "앞으로 진천 공장 생산효율 본격화, 슈완스 인수에 따른 미국내 판로 확대 효과 등도 발휘되면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