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건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A씨가 지난 9일 강용석 변호사의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 출연해 3년 만에 용기를 낸 이유에 대해 밝혔다./사진-가로세로연구소 영상 캡처
그런데 "명백한 증거들이 있다"는 강 변호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와 피해자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매섭다. 왜 경찰이나 기성언론 등을 통하지 않고 유튜브라는 생소한 채널을 통해 폭로에 나섰냐는 것이다.
이들은 아주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했다. 김 전 기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위치한 한 유흥주점을 로드뷰로 위치까지 보여주며 "김건모는 평소 유흥주점을 친구와 함께가 아닌, 혼자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2016년 8월 어느날 새벽 1시쯤 김건모가 7부 길이의 배트맨 티셔츠를 입고 혼자 왔다고 한다. 보통 유흥주점에서는 양주를 마시는데 김건모씨는 소주를 시켰다"고 말했다.
김 전 기자는 "성폭행 피해자 A씨가 직접 구조를 그려줬다"며 유흥업소의 구조와 성폭행이 발생했다는 룸의 위치 등이 그려진 그림을 공개했다. 김 전 기자는 그림을 토대로 "별표 친 게 9번 방인데 이곳에서 김건모와 피해자가 바싹 붙어 있었다"며 "다른 사람은 없었고 단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도 "8명의 아가씨를 앉혀 놓고 소주와 음식을 먹고 있을 때 (A씨가) 8번째로 그 자리에 들어갔다"며 "A씨를 본 뒤 김건모씨가 웨이터에게 다른 사람을 들여보내지 말라고 한 뒤 나머지 여성들을 다 내보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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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강 변호사는 "김건모는 A씨에게 룸 안에 별실처럼 되어 있는 화장실 쪽으로 오라고 한 뒤 구강성교를 강요했다"며 "본인이 안 하려고 하니까 머리를 잡고 하게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전 기자는 "구강성교를 한 이후에 김건모가 흥분된 상태에서 A씨를 소파 쪽으로 데려가 눕힌 뒤 본격적인 성폭행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강용석 변호사(왼쪽), 김세의 전 mbc 기자가 9일 오전 가수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 관련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강용석은 제보를 통해 김건모가 논현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접대 여성 중 한 명을 성폭행 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2019-12-09/사진=강민석 기자
이어 A씨는 9일 김건모를 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이번 의혹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강 변호사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김건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왜 기성 언론 통해 고발하지 않았나A씨가 김건모를 고소하면서 앞으로 진실은 법정 공방을 통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씨를 향한 의혹의 시선은 여전히 거셌다. '왜 바로 경찰에 알리지 않았냐'거나 '왜 기성 언론을 통한 고발을 하지 않고 유튜버를 찾아갔냐' 등의 의문이 이어지면서다.
먼저 사건 초기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A씨는 사건 초기 피해 사실을 잊고자 노력했고, 이후엔 법정 공방을 가리기보다 진정한 사과를 받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A씨는 "그때 당시에는 경황이 없었다. 나름 잊어보려고 노력도 많이 해봤다"면서 "내 나이도 창창하고 혹시 뭐 미래에 너무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을 할 수도 있는 거고 솔직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A씨는 "돈을 바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진정성 있는 공개 사과를 원하고, 앞으로 방송에서 두 번 다시 안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1-03-24 / 홍봉진 기자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A씨는 김건모에게 진정한 사과를 받고 방송 은퇴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폭로에 사회적 관심이 모아져야했다. 이에 지상파 방송 등 기성 언론 대신 영향력과 파급력이 더 큰 유튜버를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지상파 방송보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달 엘림넷 나우앤서베이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미디어 매체는 '유튜브'였다. 응답자의 56.7%가 유튜브를 시청한다고 답한 반면 지상파 방송은 18.8%, 케이블 방송은 9.0%에 머물렀다.
특히 유튜버 김용호 부장은 이전에도 △배우 정우성 인성 의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여배우 후원 의혹 △유시춘 EBS 이사장의 아들 대마초 밀반입 혐의 의혹 제기 등 다양한 의혹 관련 폭로를 해와 약 33만명의 고정 팬층을 갖고 있는 만큼 A씨가 연락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이번 사안을 영향력 있는 유튜버의 문제로만 치환해 생각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화평론가는 "유튜브 영향력이 크긴 하지만, 이번 경우 일반 유튜버가 아니라 '보수 유튜버'라는 특성을 가진 이들에게 제보한 것이기에 A씨의 의중을 알 수 없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건모 소속사는 "김건모를 둘러싼 성폭행설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며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